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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야기

[배우 이야기] 스기사키 하나 杉咲花

by 대서즐라 2021.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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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사키 하나 杉咲花

최근에 제가 가장 빠져 있는 배우가 일본 여배우 스기사키 하나입니다. ‘행복 목욕탕’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출연작 대부분을 찾아 봤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역 배우 활동을 해왔고 10대 시절에 이미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작품들을 남겼죠. 그 중 ‘화장실의 피에타’가 역시 가장 대표작이라고 할만한데 저 개인적으로도 매우 인상 깊게 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특히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이런 내용을 연기하기에는 배우가 너무 어리고 앳되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배우가 원래 작은 체구에 어려 보이는 외모인데다 실제로 어린 나이에 찍었기 때문에 더 그런 걸 테지만, 아무튼 작중 고등학생 역할인데도 중학생으로 보일 만큼 외모가 굉장히 어려 보여요.

화장실의 피에타


‘화장실의 피에타’는 성인 남자와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로리타처럼 아저씨가 나오는 건 아니고 남자는 대학을 졸업한 청년...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데, 여자 쪽이 고등학생이니 그렇게 파격적인 나이 차는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배우가 고등학생이 아니라 중학생처럼 보이니까... 여배우가 어려 보이면 어려 보이는 대로 풋내나는 꼬맹이의 첫사랑 영화 같은 분위기를 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 작품은 또 그런 분위기랑은 거리가 멉니다. 한국 심의 등급은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던데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나 묘사가 성인용입니다. 물론 스기사키 하나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딱히 수위 높은 연기는 하지 않지만요. 

아무튼 이 영화에서 스기사키 하나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말했듯이 영화의 내용에 비해 배우가 너무 어려 보이는데 그런데도 10살 정도 차이 나는 20대 청년과의 로맨스를 자기 나름대로 진지하게 잘 표현했습니다. 누구라도 이 영화를 보면 스기사키 하나라는 배우가 각인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화장실의 피에타


‘화장실의 피에타’로 주목 받은 후 스기사키 하나는 ‘행복 목욕탕’이라는 작품에 캐스팅 됩니다. 화장실의 피에타 시절보다 더 나이를 먹었는데도 여전히 중학생처럼 어려 보입니다. 내용이랑 배역 때문인지 화장실의 피에타 시절보다 더 어려 보이기까지 해요. 교복도 세라복을 입고 있고... 이쯤 되면 그냥 ‘이게 다 자란 모습인가’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행복 목욕탕


화장실의 피에타와 행복 목욕탕에서 좋은 연기를 보인 스기사키 하나는 일본영화계에서 주목 받는 배우가 되어 화제작에 잇따라 캐스팅이 됩니다. 그런데 일본영화의 ‘화제작’이라면... 사실 일본영화계에서 오리지널 영화보다는 주로 소설이나 만화, 드라마 등 원작이 있는 작품의 영화판이 훨씬 많이 제작되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인기 만화의 실사영화 제작이 정말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죠. 스기사키 하나도 단기간에 만화 원작 영화를 무려 세 편이나 찍게 됩니다. 그 세 작품은 무한의 주인, 우리들의 완벽한 시간, 블리치입니다. 그리고 만화 원작인 드라마도 찍었는데 바로 꽃보다 남자의 후속작인 ‘꽃보다 맑음’입니다. 저는 이 작품들도 모두 봤습니다. 제가 만화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이 작품들의 원작 만화도 모두 이미 본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들에 출연하는 동안 스기사키 하나의 외모에 조금씩 어린 티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세 작품 중 가장 먼저 공개된 무한의 주인은 R등급 성인물인데 원작 만화도 굉장히 잔인하고 선정적이죠. 아무래도 만화를 실사화한 작품이라면 원작 팬들이 배우의 캐스팅을 면밀히 보게 됩니다. 스기사카 하나가 배우로서 재능은 차고 넘치지만 과연 원작 캐릭터 ‘아사노 린’의 이미지에 잘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니까요.

무한의 주인


일단 원작의 작화가 굉장히 날카로운 느낌이라 스기사키 하나의 외모 싱크로는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하지만 원작의 느낌과 조금 다르긴 해도 스기사키 하나의 아사노 린도 영화에서 충분히 매력 있게 그려집니다. 일본만화의 실사 영화판 중 잘 만든 작품이 드문데 무한의 주인은 액션 연출도 좋고 원작의 주요 에피소드를 잘 살리면서도 영화 한 편 분량에 맞게 내용 각색도 잘 된 편입니다. 스기사키 하나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캐스팅이 괜찮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마키에 역을 연기한 토다 에리카입니다. 사실 스기사키 하나는 여주인공인데도 생각보다 비중이 적어서(특히 후반부) 쟁쟁한 다른 배우들에 조금은 묻히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 다음 공개된 작품인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는 원작이 순정만화입니다. 원작의 제목은 ‘퍼펙트 월드’죠. 스기사키 하나가 ‘화장실의 피에타’로 이미 로맨스물의 여주인공 역을 한 적이 있지만 사실 진짜 풋풋한 느낌의 달달한 로맨스는 이 작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순정만화는 10대 청소년이 주인공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 작품은 주인공이 성인이에요. 심지어 대학까지 졸업한 직장인... 즉 OL입니다.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


일본에서 순정만화의 실사 영화화는 굉장히 많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특히 하이틴 로맨스 장르가 많고 워낙에 많이 제작되다 보니 조금 뜬다 싶은 여배우들은 죄다 이 장르의 작품들을 커리어에 한두 편 이상 보유하고 있죠. 하마베 미나미, 츠치야 타오, 나가노 메이, 고마츠 나나, 하시모토 칸나, 히로세 스즈, 아리무라 카스미, 카와구치 하루나, 모리 나나 등등등... 심지어 그 니카이도 후미까지도 ‘늑대소녀와 흑왕자’라는 유치찬란한 하이틴 로맨스물을 찍었죠. 그런데 스기사키 하나는 아역 배우부터 시작해서 내내 청소년 역할을 많이 연기해왔는데 대부분 어둡고 무거운 작품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처음 달달한 로맨스물을 찍었는데 청소년이 아니라 OL이라니! 물론 이 작품에서도 과거 회상 장면으로 청소년 시절 모습이 조금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메인 스토리는 주인공이 OL일 때 진행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작품에서 스기사키 하나의 OL 모습이 어색하지 않아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학생처럼 보이는 외모였고 이 작품에서도 외모 자체가 크게 변한 건 아닌데도 OL 스럽게 스타일링 하니 제법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더군요. 이 영화에서 스기사키 하나는 두 가지 반전을 보여줍니다. 첫 번째는 언급한 대로 그 동안 보여준 앳된 이미지와는 상반된 성숙한 OL의 모습. 두 번째는 그 동안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의 작품에 주로 출연해온 그녀가 밝고 달달한 로맨스에서도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개인적으로 니카이도 후미가 ‘늑대소녀와 흑왕자’에서 보여준 반전 이미지보다도 더 한 반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


그 다음 작품은 한때 원피스, 나루토와 더불어 점프 3대 인기작 ‘원나블’의 한 축을 구성했던 ‘블리치’의 실사판입니다. 다들 예상한 대로 루키아 역을 연기했는데 외모는 별로 안 닮았지만 작고 강단 있는 캐릭터라서 스기사키 하나의 이미지와 어울리기는 합니다. 개인적으로 좀 안타깝게 생각하는 작품인데 아주 뛰어난 완성도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볼만하게 잘 만들었고 남주인공 이치고 역을 연기한 후쿠시 소타와 함께 스기사키 하나의 배우 케미가 꽤 괜찮았거든요. 원작이 장편 연재작인 만큼 시리즈로 계속 제작되었으면 나름 스기사키 하나의 대표작이자 대표 캐릭터(루키아)가 되었을 텐데 흥행이 완전 폭망하는 바람에.... 후속편은 절대로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죠. 사실 바람의 검심 정도로 잘 만들지 않는 이상 이런 소년 배틀만화의 실사 영화가 성공적으로 시리즈를 이어나가기는 힘듭니다.

블리치


이 세 편의 만화원작 영화를 촬영하면서 스기사키 하나는 앳된 티가 많이 줄어들고 성인 연기자로 성장하게 됩니다.(드라마 ‘꽃보다 맑음’에 대해서는 정말 별로였던 작품이라 따로 논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세 편 중 두 편에서 여전히 미성년자 역할이었지만 그래도 더 이상 중학생 정도로 어려 보이진 않더군요. 이 후 그녀는 계속 흥미로운 행보를 이어 갑니다.

스기사키 하나의 비교적 최근 필모의 두 작품도 제가 엄청 좋아하는 작품들입니다. 바로 시드니 루맷의 걸작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오마주한 미스터리 영화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과 스미노 요루의 소설을 영화화한 ‘푸르고 아프고 여린(어리고 아리고 여려서)’입니다.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은 영화 자체도 좋아하지만 스기사키 하나가 가장 매력적으로 나온 영화라서 특히 그녀의 필모 중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앞선 만화원작 영화 세 작품으로 그녀가 성인 연기자로 ‘성장했다’고 말했는데 거기서 한 차원 더 나아가서 성인 연기자로서 스기사키 하나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매력을 이 작품에서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캐릭터 자체는 그렇게 흥미롭지는 않아요. 연기력을 보여줄 만한 역할도 아니고 독특하지만 식상한 느낌도 드는 중2병 캐릭터입니다. 다만 제 눈을 사로잡은 건 스기사키 하나의 비주얼입니다. 솔직히 스기사키 하나가 굉장한 미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 스타일링이 정말 찰떡같이 어울려서... 딱히 예쁘게 스타일링한 것도 아니거든요. 답답한 일자 앞머리에 장발 스트레이트, 어두운 코트. 전체적으로 칙칙한 스타일링인데도 이런 모습의 그녀에게 계속 눈길이 가더라고요. 역시 스기사키 하나라면 어두운 게 어울려! 란 걸까요. 그런데 또 그게 아니란 걸 얼마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


‘푸르고 아프고 여린’은 비단 스기사키 하나의 작품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최근에 제가 본 모든 영화를 통틀어서도 거의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블로그에 장문의 리뷰도 쓴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비단 제가 좋아하는 스기사키 하나의 매력 뿐 아니라 그 밖에 다양한 장점과 제 취향인 요소들이 많은 영화라서 상대적으로 스기사키 하나에게 소홀한(?) 상태로 영화를 보았던 것 같습니다. 뭔가 비주얼도 스타일링이 어정쩡해서 그다지 제 눈을 사로 잡지 않았고요. 그래도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만은 분명합니다. 

푸르고 아프고 여린

 

[소설과 영화사이] 푸르고 아프고 여린 /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소설원작영화 리뷰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푸르고 아프고 여린 /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靑くて痛くてもろい ‘푸르고 아프고 여린’은 스미노 요루의 소설 ‘어리고 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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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적인 외모의 여배우들이 대부분 그렇듯 스기사키 하나도 스타일링에 따라서 이미지가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출연한 ‘기묘한 이야기 2019 가을 특별편’을 봤는데 여기서는 또 OL로 나오면서 귀엽고 상큼한 스타일링을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정말로 입체적이고 다양한 매력을 가진 여배우로구나... 하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죠. 굉장한 미녀는 아니지만... 그냥 끌립니다. 계속 눈이 가고 출연작을 계속 찾아보게 되요.

기묘한 이야기 2019 가을 특별편


하지만 그녀의 진짜 능력은 아역 시절부터 인정받아온 연기력에 있죠. 그녀가 다양한 입체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출중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본에는 현재 스기사키 하나 뿐 아니라 20대 초중반의 매력적인 젊은 여배우들(앞에서 줄줄이 이름을 나열했던 그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쟁쟁한 젊은 여배우들 사이에서 스기사키 하나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확실히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녀가 앞으로 더욱더 다양한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것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트위터 @dsz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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