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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2 – 진짜 욕 나오게 재밌네

by 대서즐라 2022.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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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습니다. 무진장 재미있습니다. 너무 재미있으니까 진짜 더럽게 재미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

 

1편도 정말 재미있었죠. 인터넷의 반응을 보니 1편이 낫다, 2편이 낫다 하며 의견이 꽤 분분한 것 같던데요. 저는 2편이 1편에 있었던 장점들 중에 버릴 건 버리고 핵심적인 몇 가지를 극대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죠.

 

그래서 1편보다 아쉬운 면들이 분명히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장점들에 집중해서 확실하게 극대화했기 때문에 순수 상업영화로서의 재미는 2편이 1편보다 위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말해서, 제가 1편을 볼 때 이 정도로 흥분되고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는 않았거든요.

 

범죄도시-2-포스터

 

잘 만든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범죄도시 2의 감독 이상용은 전편의 조연출이었고, 이번 작품이 감독 데뷔작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이상용은 1편의 위상과 재미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약간 스포츠 승부 같은 관점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스포츠 중에서도 축구나 농구 같은 구기 종목) 경기 내용이 어떠하든, 점유율이 어떠하든, 결국은 골을 많이 넣은 쪽이 이긴다는 것. 그것이 스포츠 승부의 본질이죠.

 

범죄도시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내용이나 장면은 무엇인가. 가장 효과적인 득점 루트를 특화해서 그걸로 확실하게 점수를 따내겠다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제대로 먹혔습니다.

 

가장 핵심은 역시 마석도(마동석)의 액션입니다. 메인 빌런과의 최종 대결 장면을 빼고 보더라도, 마석도가 묵직한 ‘강펀치’를 날리는 장면이 1편보다 2편에 더 많이 등장합니다.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게 이거죠? 여기 잔뜩 준비했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정말 이렇게 말하는 감독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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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는 ‘액션 장면을 아끼는’ 액션 영화들에 너무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그렇죠. 할리우드 대작은 기본적으로 액션 장면들이 제작비가 많이 드는 데다 액션 장르에도 점점 뛰어난 작품성과 수준 높은 서사가 요구되면서 관객에게 만족할만한 액션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주는 데 인색해지는 작품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죠.

 

사실 범죄도시 1편도 조직범죄가 퍼져나가는 서사에 집중하느라 마석도의 액션이 조금 억제된 감이 있죠. 2편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2편에서 마석도는 영화의 초반부에 핵심 사건의 꼬리를 붙잡게 되고 그걸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계속해서 강렬한 액션의 순간들을 맞닥뜨립니다. 흔히 하는 말로 초반부터 후반까지 ‘쉴 틈 없이 달리는 영화’의 스타일로 만들어진 거죠.

 

마석도-액션

 

그리고 마석도의 액션 스타일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악당들의 경우 1편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메인 빌런 외에 진선규 같은 2인자의 임팩트가 부족했다는 점에서는 1편보다 아쉽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석도가 이들을 제압하는 액션 장면들은 확실히 1편보다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더 가차 없고 무자비하게 강력한 데미지를 먹입니다. 1편처럼 상대를 붙잡고 제압하기보다는 주먹이나 발차기 등 타격으로 일단 강력한 데미지를 먹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빌런들의 맷집은 1편보다 좀 더 올랐는지 괜히 버티다가 연속해서 더 큰 액션의 희생양이 되죠.

 

앞 문단에서 빌런들이 1편보다 아쉽다는 평이 있다고 썼지만, 장첸과 강해상이라는 메인 빌런만 비교하면 저는 2편이 더 마음에 듭니다. 이 부분도 인터넷에서 반응이 꽤 갈리긴 하던데요. 사실 캐릭터성 자체만 놓고 보면 장첸이 좀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부분들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좀 더 살벌하고 미친놈 같은 면모는 강해상 쪽이 위였다고 생각합니다.

 

배우의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윤계상이 장첸 역을 굉장히 잘 소화하긴 했지만 이런 폭주 기관차 같은 미친놈의 역할이 찰떡같이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GOD로 아이돌 활동을 할 때부터 부드럽고 훈훈한 이미지의 연예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손석구는 첫 등장 장면부터 진짜 제대로 미친 사이코패스 악당의 느낌을 눈빛과 전신 오오라로 미친 듯이 뿜어내더군요. 상당한 수준으로 벌크업한 근육질 몸매도 강렬한 악당의 분위기에 잘 어울렸고요.

 

메인-빌런-강해상

 

공공의 적의 이성재나 베테랑의 유아인 등의 사례로 알 수 있듯이 역시 형사 영화가 재미있으려면 악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범죄도시가 1편과 2편 연속해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역시 주인공 마석도의 캐릭터성과 함께 그와 대결하는 메인 빌런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던 것이 핵심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도시는 곧 3편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고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 나올 텐데, 마석도야 변함없이 활약할 테지만 빌런의 완성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편의 빌런에서 재탕 느낌이 없어야 하면서도 강렬함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니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3편의 메인 빌런으로 확정된 배우 이준혁의 부담감이 굉장히 클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범죄도시 2가 1편보다 확실히 강화되었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개그입니다. 사실 1편의 경우 한국 상업 영화 치고는 이른바 ‘개그 전담’인 캐릭터가 없다는 느낌이었는데요. 2편에서는 박지환이 연기한 장이수와 최귀화가 연기한 전일만이 개그 캐릭터의 역할을 확실히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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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캐릭터는 1편에서도 나왔던 캐릭터죠. 그런데 장이수의 경우 꽤 살벌한 분위기의 조폭 두목이라는 입장이었고 전일만은 마석도의 팀을 뒤에서 서포트할 뿐 전면에 나서지는 않아서 출연 비중이 적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2편에서 전일만은 수사 일선에서 마석도 등과 함께 구르는 역할이 되었고 장이수는 1편 장첸과의 항쟁에서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조직은 망해버렸는지 혼자 사무실을 열어서 소소하게 사기 치는 범죄나 저지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장이수를 2편에서 부활시킨 것은 정말 ‘신의 한수’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1편에서 장이수는 죽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으로 퇴장을 하는데 그렇게 치명적인 상해를 당하고도 겨우 목숨은 건진 걸로 해서 이 캐릭터를 다시 등장시킨 것은 오로지 ‘개그 전담’의 역할을 맡기기 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공의 적 시리즈에서 이문식이 연기한 ‘산수’라는 캐릭터와 비슷한 활용인 거죠. 작품 내 비중과 활약을 보면 산수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개그-전담-장이수

 

범죄도시 2에서 개그 장면들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액션이 1편보다 늘어났고 더군다나 대부분 칼과 살벌한 흉기가 난무하는 장면들인데도 중간중간에 개그씬 같은 밝은 장면들이 있어서 관객이 받는 자극을 적절한 순간에 풀어줍니다. 이러한 완급조절이 영화에서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액션 장면이 늘어난 것이 이 영화의 큰 장점이라고 앞에서 언급했지만 이게 또 너무 지나치면 관객들을 지치게 만들기도 하거든요. 단순히 액션 장면의 비중으로 관객이 받는 자극의 정도를 조절하는 방법도 있지만 충분한 것 이상의 액션 비중을 넣은 상태에서 밝은 장면들로 릴렉스를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도시 2는 이러한 완급조절에서 정말 탁월한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상영등급 또한 그 완벽한 완급조절의 결과일 것입니다. 아무리 적나라하게 잔인한 장면까지는 보여주지 않는다고는 해도 이렇게 칼로 찌르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15세 관람가를 받았다는 건 거의 기적으로까지 보일 정도입니다. 실제로 감독은 1편과 같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염두에 두고 찍었다고 하죠. 1편보다 잔인한 묘사는 줄었지만 칼질하는 액션을 이렇게 많이 넣었으니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개그 장면을 비롯해서 1편보다 밝은 장면들이 많아진 덕분에(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카체이싱과 백화점 장면) 영화가 전반적으로 좀 더 대중적인 분위기를 가지게 되었고 이게 ‘15세 관람가’라는 선물 같은 등급 결과를 받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을 것입니다.

 

네,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은 확실히 이 영화에게 선물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흥행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될 테니까요. 사실 영화를 첫 주에 보고 나와서 쓰는 리뷰에 최종 흥행 예상 같은 건 굳이 하지 않는데(예상이 전혀 맞지 않았을 경우 나중에 리뷰를 읽으면 참 민망한 내용이 되니까요) 이 영화는 조심스럽게, 아니 과감하게 ‘천만 관객’의 가능성도 언급해보고 싶습니다. 일단, 제가 극장에서 볼 때 관객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첫 주 흥행 페이스도 ‘코로나 시국이 끝났구나’ 싶을 만큼 상당히 좋은 편이고 이 정도로 관객 반응이 압도적으로 좋은 경우라면... 어쩌면 5~6월 내내 롱런하면서 천만 관객까지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석도-팀

 

코로나 침체기임에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같은 흥행 영화들이 최근에 나왔지만 진정으로 코로나 시국의 종결을 보여주는 작품은 ‘범죄도시 2’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영화가 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이 정도로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속편으로 나올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어요. 오래 기다리고 기대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꽉 찬 극장에서 이렇게 모든 관객들과 함께 흥분하고 카타르시를 느끼며 영화를 본 경험이 얼마만인가 싶습니다. 코로나, OTT 등의 영향으로 극장 산업의 위기가 올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범죄도시 2를 보면서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극장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재미있는 영화를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공간은 역시 극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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