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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 – 극장에서 만난 새로운 즐거움

by 대서즐라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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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을 작성하는 시점 기준,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는 포털 사이트의 네티즌 평점이 무려 9.55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주말에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고, 저런 어마어마한 평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극장을 가득 채운 어린이 관객들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동안 이 재미있는 걸 너희만 즐겼던 거니?”

 

짱구는 못말려의 극장판은 매년 꾸준히 극장에 개봉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상영작은 언제나 일정 수준의 수요가 있고, 몇십 만 명 정도의 흥행을 무난히 기록합니다. 이번에 제가 본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는 짱구는 못말려의 무려 29번째 극장판 작품입니다.

 

극장판-짱구는-못말려-수수께끼-꽃피는-천하떡잎학교

 

제가 살면서 처음으로 본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입니다. 그전에 ‘어른제국의 역습’같은 명성 자자한 작품들은 봐야겠다, 봐야겠다 생각만 하다가 결국 못 봤습니다. 사실 극장판을 제외하더라도 짱구는 못말려의 애니메이션을 각 잡고 제대로 본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입니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애니메이션 채널에서 방영하고 있는 걸 몇 분 정도 대충 본 적은 있었지만요.

 

처음 보는 짱구는 못말려 애니메이션이지만, 그래도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보러 갔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극장에 보러 가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이미 평이 엄청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는 작년에 개봉한 작품이고, 한국은 1년이나 늦게 개봉했습니다.

 

올해 일본에서 개봉한 ‘모노노케 닌자 진풍전’까지 30개의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이 나왔는데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는 이 모든 극장판 작품 중에서도 최상급의 평가를 받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극장에서 보면서 왜 이 작품이 그런 평가를 받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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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들은 ‘꼭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그런 영화들은 대부분 스케일이 큰 블록버스터 영화들이죠. 하지만 거대한 스크린이나 빵빵한 사운드 외에도 극장이라는 관람 환경의 중요한 이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관객의 리액션입니다. 사실 큰 스케일의 영상미를 보여주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경우는 관객 반응은 생각보다 조용한 편입니다. 다들 숨죽이고 화면에 집중하니까요. 관객의 리액션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재료가 되는 장르는 코미디와 호러입니다.

 

극장에서 호러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의 비명소리가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양념이 되어줍니다. 코미디 영화의 경우 관객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역시 극장에 앉아 있는 시간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사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을 영화관에 보러 가면서 나 같은 성인 관객은 그다지 즐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짱구는 못말려의 극장판이었기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짱구는 못말려는 개그 만화니까요.

 

철수

 

물론 이 작품이 보여주는 개그가 과거 19금 만화 시절의 짱구는 못말려처럼 성인들의 취향에 맞는 개그인 것은 아닙니다. 짱구는 못말려는 시작은 19금 만화였지만 이제는 어린이들의 친구가 되었고 내용도 어린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극장에서 주위의 애들은 깔깔깔 웃어대는데 저는 전혀 웃기지 않았던 장면도 있기는 했습니다. 반대로 애들은 조용한데 저 혼자 ‘풉’하고 터졌던 장면도 있었고요.

 

애들이 아니라 오히려 성인 관객들만 웃을 수 있는 장면들도 적지만 들어 있다는 게 이 작품의 흥미로운 특징이네요. 어린이 대상 콘텐츠가 되기는 했지만 은근히 성인 만화 시절의 개그 코드도 어느 정도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사실 짱구의 시그니처 개그인 엉덩이 소재 개그부터가 그렇고 짱구가 늘 철수에게 하는 귀에 바람을 부는 장난 같은 것들도 성인 만화 시절의 개그 코드가 연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성인 개그들이 어린이 버전으로 순화된...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냥 같은 장면을 어린이와 성인들이 각자 다르게 받아들이면 그것으로 오케이인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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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저는 개그 만화를 보러 간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보러 갔고, 기대만큼 이 작품은 웃겼습니다. 하지만 말할 것도 없이 어린이 관객들이 잔뜩 있는 극장에서 이 작품을 봤기 때문에 더욱 즐겁게 이 작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 방에서 컴퓨터 모니터로 봤다면 이 정도로 즐기면서 보지는 못했겠죠.

 

제가 살면서 극장에서 경험한 최고의 관객 반응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성인 관객의 경우 극장에 어린이 관객이 많은 상황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떠들거나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흔들어대면서 주위에 폐를 끼치는 어린이 관객이 많으니까요. 이 작품을 볼 때 제 주위가 전부 어린이들이었는데, 당연히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드는 데다 어떤 아이는 몸을 들썩이고 어떤 아이는 발로 좌석을 차대는 통에 내내 몸이 덜덜덜 진동하는 상태로 영화를 봤습니다.

 

짱구와-친구들

 

요즘은 식당에서도 노키즈 존이다 뭐다 해서 어린이들이 주변에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엄격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요. 저 역시 다른 상황이었다면 어린이들의 이런 행동들에 대해 다르게 반응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작품을 보면서 극장에 앉아 있는 동안은 그냥 허허 웃게 되더군요. 하도 좌석을 발로 차대서 몸이 덜덜덜 진동하는데도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사실 그런 것을 크게 의식하지도 못할 정도로 내내 극장이 들썩이는 분위기였거든요.

 

저도 즐거웠지만, 저와 함께 극장 안에 있던 어린이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보고 앉아 있는 100분가량의 시간이 인생에서 최고의 경험 중 하나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재미있다! 최고다! 라는 말이 영화 상영 중간에 곳곳에서 들려왔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가는 도중에는 모든 아이들이 그 말을 하는 것 같았어요. 아마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는 굉장히 뿌듯했겠죠.

 

어린이 영화를 극장에 보러 간다고 전부 이런 분위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중에서도 최상급의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물론 다른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제가 하나도 본 게 없고, 어린이용 콘텐츠를 극장에서 본 경험도 어린 시절 이후로는 거의 없으니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가 가지고 있는 재미의 밀도와 특질을 다른 작품에 비교해서 설명하긴 무리가 있지만요.

 

하지만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이 작품의 스토리가 짱구와 친구들이 기숙학교에 체험 입학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고 있어서 본래 짱구는 못말려에서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 짱구의 가족들이 거의 비중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짱구는 못말려를 극장에서 보는 상황이니 짱구 가족들을 비롯한 시리즈의 레귤러 캐릭터들이 스크린에 다양하게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짱구, 철수, 유리, 훈이, 맹구 외에는 주요 등장 캐릭터들이 전부 극장판 신 캐릭터들입니다.

 

천하떡잎학교-체험입학

 

그러고 보니 저는 원래 애니메이션을 보더라도 해외 작품의 경우 절대적으로 더빙을 기피하고 자막을 선호해서 원본 언어와 음성으로 보려고 하는 편인데 짱구는 못말려의 경우 (애초에 더빙 외에 선택의 여지도 없는 것 같기는 하지만)이건 무조건 더빙으로 봐야 한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등장 캐릭터의 이름 때문입니다. 짱구, 철수, 유리, 훈이, 맹구, 신형만, 봉미선까지 전부 한국판 이름이 머리에 박혀 있으니 일본 원판 이름으로 등장하는 걸 보면 절대 짱구는 못말려를 본다는 느낌이 안 들겠죠. 같은 이유로 곧 공개될 슬램덩크의 극장판 역시 설령 자막이라는 선택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더빙판을 봐야겠죠. 강백호와 서태웅이 아닌 일본식 이름으로 나오는 작품은 몰입해서 보기가 어려울 겁니다.

 

아무튼 이번 작품에서 레귤러 캐릭터는 짱구와 친구들 뿐이고 나머지는 다양한 신 캐릭터들로 구성되어 내용이 전개되는데 이 신 캐릭터들이 모두 굉장히 완성도가 높고 매력 있습니다. 짱구와 친구들을 비롯해서 캐릭터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데 레귤러 캐릭터나 신 캐릭터나 모두 하나하나의 개성이 너무 잘 살아 있고 각각의 비중이나 활약도 잘 배분되어 있더군요. 상영시간이 100분이 넘어서 어린이용 극장판 애니메이션 치고는 좀 길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그만큼 내용이 굉장히 밀도 높게 꽉꽉 채워져 있습니다.

 

추리물로 전개되다 열혈 청춘물로 전환되는 플롯 자체도 인상적이지만 각각의 캐릭터의 만화적인(다른 만화와는 차별화되는 ‘짱구는 못말려’스러운 개성의) 설정으로 중요한 국면의 전개를 임팩트 있게 진행시키는 것이 정말 놀랍고 신선했습니다. 최고는 역시 가장 비중 있는 신 캐릭터인 ‘은질주’의 마라톤 대활약입니다. 이 캐릭터는 ‘달릴 때 웃기는 얼굴이 된다’는 컴플렉스가 있는데 짱구 그림체가 아니었다면 이런 역대급 빵 터지는 개그 장면이 나오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학교 일진 그룹의 대장인 ‘넘버원(반항기)’이 가면을 벗었을 때는 극장에서 최고의 반응이 터져 나왔습니다. 갑자기 전혀 예상도 못한 미남 얼굴이 튀어나와서 극장의 여자애들이 기절할 듯이 비명을 질렀었죠. 짱구 그림체로 표현된 미남 캐릭터에도 여자애들이 저렇게 자지러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스토리와 상황 전개 자체가 그런 분위기를 만든 것이긴 하지만요.

 

넘버원-훈이

 

이 작품은 곳곳에 관객들이 즐거운 희열을 느낄만한 임팩트 넘치는 순간들이 있고 이 순간들이 완성도 높은 플롯과 연계되어 효과적으로 잘 작동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지루한 구간이 없는 완벽하게 설계된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극장에서 관객들의 리액션 때문에 이 작품이 더욱 좋게 느껴졌다는 기분도 들었지만 그냥 본질적으로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너무 훌륭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살면서 극장에서 경험한 것 중에서 최고라고 할 정도로 관객들의 리액션이 엄청났던 것도 이 작품이 그만큼 재미있고 훌륭한 작품이라는 방증일 테고요.

 

언제나 첫 시도에는 불안과 설렘이 함께 합니다. ‘짱구는 못말려’를 처음으로 극장에서 봐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솔직히 어떤 경험을 하고 나올지 잘 예상이 안되었습니다. 제가 무슨 예상과 기대를 했든 간에 기다리는 건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최고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극장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만나게 되어 아주 행복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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