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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킬즈 – 공포는 죽지 않는다

by 대서즐라 2021.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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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킬즈’는 제가 할로윈 시리즈 중 두 번째로 극장에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첫 번째는 롭 좀비 감독이 만든 2007년 작 ‘할로윈: 살인마의 탄생’입니다. 극장에서 본 두 작품 외에도 할로윈 시리즈를 여러 개 봤지만 가장 인상 깊고 기억에 남았던 건 역시 극장에서 본 두 작품입니다. 물론 단순히 극장에서 봤다는 사실이 감상에 있어서 결정적인 메리트가 되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극장에서 본 두 작품을 다른 할로윈 시리즈보다 좋아하는 데는 아주 구체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할로윈 킬즈 포스터

 

(이 글에는 '할로윈 킬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할로윈: 살인마의 탄생’의 경우 존 카펜터의 오리지널 1편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할로윈의 프리퀄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 마이클 마이어스의 어린 시절 행적이 아주 구체적으로 등장하거든요. 저는 당시에 이 내용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에서도 제이슨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자세히 그려진 시리즈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워낙에 시리즈가 많아서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마이클이나 제이슨은 인간을 초월한 악마나 다름없는 존재들인데, ‘할로윈: 살인마의 탄생’에서 어린 시절 마이클이 간혹 (비교적)평범한 소년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나와서 굉장히 흥미롭더군요. 실제로 다른 시리즈에서 마이클의 어린 시절에 대한 해든필드 주민들의 회상을 들어보면 동네 아이들이 마이클의 집에 가서 같이 놀기도 했다고 하죠. 마이클의 첫 희생자인 누나는 평범한 10대 날라리이고 뭔가 생각보다 정상적인 광경들이 그려져서 조금 놀랐습니다.

 

2018년에 블룸하우스가 제작한 할로윈 3부작 리부트의 1편이 개봉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본 ‘할로윈 킬즈’는 3부작 중에서 2편입니다. 일단 이 리부트 시리즈 전체에 대해 평하자면, 저는 매우 훌륭한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리부트라고 하면 1편부터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블룸하우스의 할로윈 리부트 기획은 할로윈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 깊은 작품인 존 카펜터의 오리지널 1편 만을 남겨 놓고 그 후 제작된 모든 시리즈를 정리한 뒤 1편의 공식 속편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기획입니다. 사실상 오리지널 1편부터 이어지는 4부작 시리즈이기에 리부트이긴 한데 절반만 리부트인 셈입니다.

 

이런 리부트를 통해 그동안 쌓여온 시리즈의 난잡한 내용들이 다 정리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오리지널 시리즈 2편부터 등장했던 로리와 마이클이 혈육이라는 설정이 날아간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이제 마이클이 로리에게 보이는 강한 집착에 대해 마땅히 설명할 재료가 없거든요. 뭐 이런 게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요.

 

로리 스트로드와 가족들

 

아무튼 리부트 첫 작품인 2018년 ‘할로윈’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제 3부작 시리즈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동력을 얻어 2편, 3편을 한꺼번에 제작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두 속편은 1년 간격을 두고 2편은 2021년, 3편은 2022년에 개봉합니다. 2편의 제목은 ‘할로윈 킬즈’이고 3편의 제목은 ‘할로윈 엔즈’입니다.

 

이 리부트 기획의 가장 좋은 점은 처음부터 3부작 기획으로 장기적인 서사를 마련하였다는 점입니다. 방금 문장에서 제가 ‘처음부터’라고 했는데 사실 진짜 처음부터 3부작으로 예정된 기획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2018년 할로윈만 보면 결말이 딱히 속편이 나올 여지가 없는 깔끔한 마무리로 보이기도 하거든요.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뭔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비장하고 웅장한 마무리였습니다. 하지만 끝내 마이클이 죽는 모습은 안 나왔기 때문에 정말 처음부터 3부작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흥행이 실패하면 속편 제작이 어렵기 때문에 한 편 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다 끝난 느낌을 내려고 한 것일 수도 있죠.

 

저는 사실 다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마이클이 죽는 모습은 안 나왔지만 로리와 딸, 손녀까지 합심해서 그 난리를 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마이클을 완전히 궁지에 몰아넣는 데 성공했잖아요. 그리고 제가 앞에서 마이클과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을 똑같이 ‘인간을 초월한 악마적인 존재’라고 언급했지만 정말로 죽은 시체에서 부활한 악령인 제이슨과는 달리 마이클은 공식적으로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설정은 등장한 적이 없습니다. 즉, 제이슨과는 달리 죽을 상황이 되면 죽어야 하는 존재가 마이클이기에 저는 2018년 할로윈에서 마이클이 틀림없이 죽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흥행이 대박 터지고 바로 속편 제작 소식이 떠서 좀 어리둥절했습니다. 뭔가 상황이 이해가 안 되기는 했는데 그래서 예고편도 시놉시스도 안 보고 그냥 속편이 극장에 개봉하니 바로 보러 갔어요.

 

살아나온 마이클

 

처음에 언급한 대로 제가 극장에서 본 두 편의 할로윈 영화가 제가 본 할로윈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두 작품입니다. ‘할로윈 킬즈’도 엄청나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극장이라는 관람 환경의 메리트 때문이 아닙니다. 분명 이 영화도 제가 아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가장 결정적인 점을 들자면 사람이 가장 많이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냥 죽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좋았다는 게 아닙니다. 이제는 마이클이 완전히 초월적인 공포와 죽음의 화신이 되었다는 의미로서 영화 속 대살육 장면들이 제 심장에 찌릿하게 와닿았습니다. 진짜 무시무시한 공포의 존재에게 압도당한다는 느낌? 이런 게 정말 좋은 거예요.

 

사실 2018년 할로윈도 꽤 좋아하긴 하는데, 이 영화는 생각보다 느낌이 가볍고 유머러스한 장면도 꽤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 3명이서 마이클을 (고생을 많이 하긴 했지만)결국 쓰러뜨리는 내용이었어요. 로리와 딸, 손녀까지 하나같이 어지간한 남자는 씹어먹을 정도로 비범한 여자들이지만(물론 그 점이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마이클이 여자 3명에게 털리는 모습은 확실히 포스가 떨어져 보입니다. 뭐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이나 나이트메어의 프레디도 이보다 더 굴욕적인 패배의 모습이 나온 시리즈가 있긴 하지만요.

 

그런데 이번 ‘할로윈 킬즈’에서의 마이클은 정말.... 그냥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 수준의 괴물입니다. 재미있는 건 영화 내용에서 내내 마이클을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장면이 수도 없이 나온다는 겁니다. 아마 대부분의 관객이 그랬을 텐데(저는 상영관에 저 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관객이 생각보다 많은 6~7명 정도가 있어서 놀랐습니다) ‘야 이 답답이들아! 지금 빨리 죽이라고! 지금 여기를 이렇게 찌르면 죽일 수 있다고!!’ 하면서 답답함을 느끼게 만드는 장면이 많았어요. 그런데 영화가 다 끝나고 생각해보니 사실은 어떻게 해도 죽이는 건 불가능했을 거 같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제가 말한 ‘마이클을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장면’은 마이클이 일시적으로 제압당해서(혹은 보통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죽었을 정도의 큰 타격을 받고 쓰러져서) 꼼짝 못 하고 있는 장면인데요. 그 상황에서 다들 멀뚱멀뚱하다가 시간이 지나서 마이클이 다시 일어나서 반격을 하는 패턴인데... 생각해보니 멀뚱멀뚱하지 않고 제대로 마무리를 하려고 시도했더라도 그 순간 마이클은 바로 일어났을 것 같습니다.

 

불사신 마이클

 

무엇보다, 제대로 마무리를 뭐 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이 괴물은 심장이나 뇌를 칼로 찔러도 안 죽을 것 같아요. 가장 확실한 건 목을 자르는 정도일까요. 그런데 마이클의 내구성이 너무 엄청나서 어지간한 칼질로는 쉽지 않고 도끼질로 수 차례는 찍어야 될 듯 말듯한데.. 하여간 진짜 답이 없습니다.

 

솔직히 그래도 공식적으로는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설정인 마이클이 이런 답도 없는 불사신 괴물로 그려지는 게 조금은 어이없게 느껴지기는 할 텐데요. 하지만 묘하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내용 전개에 저 자신은 공포 영화 마니아로서 상당한 흥분과 쾌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존재에 대해 대놓고 악마다, 악령이다 해버리면 뭔가 리얼한 맛이 살지가 않아요. 마이클이 불사신에 가까운 존재로 그려지지만 디테일하게 상황을 따져보면 아주 말이 안 되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악령이나 악마가 아닌 살아 있는 인간이지만 극한까지 신체의 기능이 올라간 불가사의한 공포의 존재... 그것이 마이클의 본질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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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저는 이 영화의 속편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즉, 지금 보고 있는 영화는 3부작 중에서 2편이라는 것.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으로 인해 2편의 터무니없는 내용 전개를 보고도 오히려 다음 편(마지막 편)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감상이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앞에서 이 시리즈가 3부작의 장기적인 서사로 기획된 것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한 것은 2편의 내용 전개 자체가 3편을 위한 훌륭한 빌드업 과정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2편이 이런 내용을 보여줌으로써 3편에 대한 기대치가 다양한 갈래로 무한 확장되었습니다.

 

공포의 순간

 

이제는 3편에서 마이클이 죽을지 조차도 확신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물론 평범하게 생각하면 죽겠죠. 마이클이 죽어야 이 시리즈의 ‘대장정의 막’은 내려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을 계속 가지게 됩니다. 사실 2018년 할로윈이 리부트의 첫 작품으로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구했던 것이 장르 클리셰의 비틀기(탈피)였거든요. 그렇다면 마무리 역시 클리셰 탈피로 가서 가장 극단적으로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는 결말은 마이클이 살고 로리가 죽는 엔딩이겠죠. 물론 설마- 싶습니다만, 정말 3편이 이런 내용으로 끝나면 (여러 의미에서)호러 영화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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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2편의 엔딩을 보면 3편의 내용이 전혀 예상이 안됩니다. 심지어 떠도는 사전 정보로는 3편은 2편의 마지막 장면 이후 4년이 지난 뒤의 내용을 다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3편이 어떻게 시작될지 감도 안 잡힙니다. 그런데 이런 게 오히려 좋은 거예요. 요즘 제가 점점 ‘깜깜이 감상’에 맛을 들이고 있거든요. 영화의 예고편도 시놉시스도 안 보고 거의 아무 정보도 없이 보는 것. 특히 할로윈 시리즈 같은 영화는 정말 제목만 보고 보러 가면 됩니다. 애초에 전작을 봤다는 점에서 이미 상당한 정보는 있는 셈이니, 그 외 어떤 정보도 없이 보는 것으로 영화를 보는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마이클 마이어스는 돌아온다

 

3편도 정말 예고편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보고 갈 계획입니다. 과연 1978년부터 시작된 로리와 마이클의 질긴 악연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될지. 정말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내용으로 마지막 편을 멋지게 마무리지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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