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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이슈와 기획

방과후 설렘 – 이 오디션이 저지른 두 가지 큰 실수

by 대서즐라 2022.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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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잘못됐다.’

 

MBC의 걸그룹 오디션 ‘방과후 설렘’을 보면서 요즘 제가 하고 있는 생각입니다. 오디션 방식에 기존 걸그룹 오디션과는 다른 새로운, 차별화된 시도들을 많이 적용해서 처음에는 꽤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갈수록 구관이 명관이란 생각이 들면서 이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방식에 대한 의심과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적할 사항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냥 간단하게 ‘두 가지 실수’로 요약하겠습니다.

 

1. 나이를 기준으로 4개 학년 그룹을 나눈 것

2. 데뷔 멤버 자리에 그룹별 쿼터를 적용한 것

 

물론 이 두 가지 실수가 정말 거대한 타격으로 다가오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데뷔 멤버 티오가 너무 적다는 점입니다. 현재 케이팝 아이돌 시스템이 점점 다인원 그룹을 지양하고 멤버의 수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디션 그룹은 평범한 아이돌 그룹과는 사정이 다릅니다. 데뷔 멤버의 수는 데뷔 후 그룹의 활동과 운영에 영향을 주는 큰 변수이긴 하지만 그전에 오디션 방송 자체의 진행 양상에도 큰 영향을 주는 변수입니다.

 

순위-발표-전교-1등-4학년-윤채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데뷔 멤버의 수가 어느 정도 넉넉하게 있어야지 시청자도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방송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데뷔 멤버 수가 너무 적으면 시청자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참가자의 데뷔 가능성이 극히 낮아지므로 지독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방송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런 측면이 오디션에서 시청자의 몰입감을 일으키는 것이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라야죠. 쫄깃한 몰입감이란 것도 응원하는 참가자의 데뷔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을 때 생기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낮다면 오히려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게 될 것이 두려워서 너무 깊게 방송에 몰입하지 않으려 하고 이러다가 어느 순간 아예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즉, 제가 지적한 ‘두 가지 큰 실수’가 데뷔 멤버 티오가 너무 적은 상황에 맞물려서 점점 시청자들을 맥빠지게 만들고 데뷔 그룹에 대한 기대를 점점 줄여나가면서 방송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는 상황까지 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저 두 가지 큰 실수로 인해 ‘꿈도 희망도 없는 오디션’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데뷔 자리가 고작 7개인데 여기에 무려 4개의 그룹이 경쟁하는 상황을 만들다니? 방과후 설렘이 추구하는 ‘차별화된’ 방향대로 개인보다는 스우파 스타일의 팀 대결 분위기의 방송을 만드는 거였다면 데뷔 멤버 티오와 경쟁하는 그룹의 수를 처음부터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했어야 합니다. 데뷔 자리는 7개, 경쟁 그룹은 4개. 이건 정말 말도 안 됩니다. 동일하게 나눴을 때 한 그룹 당 2개의 자리도 확보되지 않는 구성이잖아요. 상황을 달리해서 데뷔 자리 9개, 그룹은 3개 정도였다면 동일하게 나눴을 때 한 그룹당 3자리씩은 가능한 구성으로 숨통이 훨씬 탁 트이죠. 엠넷의 ‘걸스플래닛999’가 딱 이 구성이었고요.

 

데뷔-멤버-자리-쿼터

 

그리고 걸스플래닛999는 국적을 기준으로 한국, 일본, 중국의 그룹을 나누기는 했지만 방과후 설렘과 같은 그룹 간 대결 구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본질은 프로듀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개인 순위 경쟁이었고 데뷔 멤버에 그룹 쿼터도 없었어요.

 

현재 방과후 설렘의 상황에서 ‘그룹’이라는 요소를 제거하고 상황을 비교해봅시다. 첫 입학시험을 예선의 연장이라 치고 여기서 추려진 40명을 본선 진출자라고 했을 때, 그룹이라는 요소가 없는 상황이라면 ‘40명 중에서 7등 안에 드는 것’이 데뷔를 위한 목표가 됩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10명씩 4개로 나워진 그룹에서 각 그룹별 2등 안에 들어도 데뷔가 불확실한 상황이에요. 즉, 각 그룹 별로 1등을 해야 데뷔가 가능하다고 여겨질만큼 말도 안되게 빡빡한 상황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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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경쟁이라는 본질 자체도 문제가 있습니다. 방과후 설렘의 그룹은 나이를 기준으로 나뉜 것입니다. 걸스플래닛999의 경우는 그룹을 나눈 기준이 국적이었는데, 데뷔 멤버에 국적 쿼터가 없었음에도 시청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참가자들조차 데뷔 멤버의 국적 구성이 어떤 비율이 되는 것이 좋은가를 신중하게 생각할 정도였습니다.(일본인 멤버인 마시로가 방송 중에 ‘한국인 멤버가 더 있어야 해’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왔었죠.) 국적은 멤버 구성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항목이 맞습니다.

 

그런데 나이? 오디션을 보면서 데뷔 그룹에 대해서 몇 살부터 몇 살까지는 몇 명, 또 몇 살부터 몇 살까지는 몇 명 하는 식으로 나이를 기준으로 데뷔 멤버 구성을 고민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물론 나이도 아이돌에게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래 봐야 너무 어린 멤버가 많거나, 너무 나이 많은 멤버가 많은 상황을 지양하는 정도이지 이걸 철두철미하게 몇 살은 몇 명, 몇 살은 몇 명 하는 식으로 깊게 고민할만한 소재는 전혀 아니라는 겁니다.

 

1학년과-2학년-연합팀

 

그런데 방과후 설렘은 그런 상황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이건 한 마디로 ‘완전히 불필요한 갈라치기’가 돼버린 거예요. 하등 데뷔 멤버 자리다툼을 할 필요가 없는 그룹들을 나눠놓고는 무의미한 자리 경쟁을 시키는 상황인 겁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렇게 빡빡한 데뷔 멤버 자리를 4개 그룹이 경쟁하게 만듦으로써 지나치게 그룹 간 대결 분위기가 격화되고 참가자들 간에 케미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작정하고 상대를 박살 내겠다는 기세로 붙어서 승자와 패자를 가리고 끝나는 스우파 같은 방송이 돼버렸습니다. 심지어 시청자들도 본인의 최애가 속한 그룹만을 응원하는 상황이 되어서 데뷔 후 올팬 기조를 만들기도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승자와 패자를 가리고 끝나는 스우파가 아니라 나중에 함께 활동해야 하는 멤버들인데 이런 분위기는 정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지금 많은 시청자들이 방과후 설렘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것은 처음에 4개 학년으로 나뉜 그룹 상황을 봤을 때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결과가 경연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앞에서 언급했듯 굳이 데뷔 멤버 구성에 나이라는 요소를 고려한다면 ‘너무 어린 멤버나 너무 나이 많은 멤버가 다수인 것은 좋지 않다’가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판단입니다. 그런데 현재 방과후설렘은 가장 어린 1학년이 경연에서 어마어마한 강세를 보이고 있고 그다음은 가장 나이가 많은 4학년입니다. 방송 전에는 1학년은 거의 버리는 패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을 텐데 현실은 1학년이 데뷔 멤버에서 2~3자리는 너끈히 차지할 기세입니다.

 

1학년-승리하다

 

물론 아직 방송 일정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최종 단계에 가서는 지금 상황과는 전혀 다른 반전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아마 방송 제작진이 그런 방향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겠죠. 이대로 1학년의 강세가 유지되어 데뷔 그룹의 최다 멤버 수를 차지하는 상황은 누구도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방송이 요상하게 흘러가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히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제작진은 방송의 반응을 살피면서 여러 가지 변화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7화 방송에서는 경연을 심사하는 현장 방청객 평가단의 모습을 한 번도 카메라에 비추지 않았죠. 경연의 결과에 많은 시청자들이 불만을 품고 있고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방청객 평가단이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방송 첫 화에서 보여준 매 회차별 생존 인원수도 이미 다 어긋나 버렸죠. 최초 플랜에서 계속 수정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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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확실한 수습책은 그룹별 대결 구도를 없애고 아이돌 오디션 본연의 개인 순위 경쟁의 판도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데뷔 멤버 그룹 쿼터가 존재하는 한 이것은 불가능한 선택지입니다. 팬이 가장 많은(시청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최상위권들이야 어차피 매 경연에서 탈락을 걱정할 판도 아니니 그냥 닥치고 팀이 경연에서 이겨서 데뷔 쿼터를 자기 그룹이 하나라도 더 가져가도록 하는데 집중할 것이고 시청자도 계속 그런 관점으로 방송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경연-무대-3학년-4학년

 

오디션의 본질은 결국 개인 대결입니다. 엠넷의 아이돌 오디션만 하더라도 방송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으며 시청률도 높았던 회차는 ‘순위 발표식’이 방영된 회차였습니다. 그런데 방과후 설렘에서는 이미 개인 순위가 두 번 발표되었지만 이 순위는 전교 1등을 차지한 학년에 쿼터 한 자리를 주는 결과로만 반영되었기에 다른 오디션의 발표식과는 전혀 무게감이 달랐습니다. 방과후 설렘은 아이돌 오디션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쫄깃한 개인 순위 발표의 긴장감을 한 번도 느끼게 해주지 않은 채 이대로 팀 대결 구도로만 마지막까지 가는 것일까요?

 

설마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어느 순간 전체 개인 순위가 어마어마하게 중요하게 부각되는 시점이 오긴 올 거예요. 하지만 그룹 쿼터의 영향이 계속 작용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다른 오디션들처럼 개인 순위 발표의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쉽게 예상이 되지 않습니다. 시청률은 여전히 저조하고, 방송 내용은 갈수록 요상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아직 일정이 꽤 남았지만 제작진이 지금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결국 이 오디션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부디 오디션에 참가한 소녀들의 꿈을 위해서라도 제작진이 현명한 길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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