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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영화사이

[만화와 영화사이] 프린서플 ~사랑하는 나는 히로인입니까?~

by 대서즐라 2021.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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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원작영화 리뷰

프린서플 ~사랑하는 나는 히로인입니까?~ プリンシパル~恋する私はヒロインですか?~

저는 순정만화를 꽤 읽는 편인데, 그렇다고 ‘순정만화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조금 망설여집니다. 물론 정말 좋아하는 순정만화들이 있긴 하고 또 새로운 좋은 순정만화를 찾아내기 위해서(‘좋은 만화를 찾아낸다’는 건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인기 있거나 잘나가는 순정만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만큼은 얻으려고 노력도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잘나가고 인기 있다고 소문난 순정만화 중에서 진짜 너무 노잼이라서 이런 게 왜 인기가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라고 느낀 만화가 굉장히 많습니다. 확실히 순정만화는 여성향 장르라서 저에게 안 받는(?) 요소들이 꽤나 있는 듯 합니다. 이래서 순정만화라는 장르 자체를 제가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망설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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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무지 재미를 느낄 수가 없는 순정만화도 많은 반면, 정말 재미있게 읽은 순정만화도 꽤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뭔가 좀 자극적이고 센 내용이 나오는 작품들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아니면 코미디 요소가 강한 작품이라든가. 그런데 최근에 읽은 순정만화 중에서 자극적이지도 않고 코미디 요소가 강하지도 않은데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 있습니다. 그 작품이 바로 ‘프린서플’입니다.


제가 순정만화를 고르는 기준은 앞에서 말한 ‘인기 있고 잘나간다는 소문을 듣고’ 고르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역시 제가 좋아하는 ‘영화’와 관련되어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순정만화 라는 장르 자체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망설여지지만, 이런 순정만화를 실사화한 일본의 로맨스 영화는 아주 좋아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예쁜 여배우들 보는 재미’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로맨스 영화들에 대한 정보를 꽤 적극적으로 파악해두는 편인데 그 중에서 원작 만화가 있는 작품들의 경우는 바로 보는 것이 아니고 일단 기억해 둡니다. 그러다가 만화 카페 같은 곳에 갔을 때 순정만화 코너에서 기억해 둔 그 영화의 원작 만화가 보이면 그걸 선택해서 읽는 겁니다. 영화는 나중에 보는 거고요. ‘프린서플’도 바로 그렇게 읽게 된 것입니다.

제가 프린서플 이라는 영화를 기억하고 있었던 건 여주인공 쿠로시마 유이나 때문입니다. 예전에 ‘미안해 청춘’ 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기억해 두었던 배우입니다. 당시에 ‘아마짱’을 아주 재미있게 보고 난 후라 쿠도칸의 바로 다음 작품이었던 미안해 청춘도 방영하자마자 바로 챙겨봤습니다. 좋아하는 배우인 미츠미사 히카리가 출연하기도 했고요. 제목대로 고등학교 배경의 청춘물인데 당시의 유망주 젊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습니다. 쿠로시마 유이나, 모리카와 아오이, 트린들 레이나를 모두 이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되었죠.

미안해 청춘


쿠로시마 유이나가 이 드라마에서 거의 여주인공 포지션으로 가장 비중이 큰 배역이었고 저도 출연 배우들 중에서 이 배우가 가장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시에 상당히 어린 나이였지만 포텐이 대단해 보여서 금방 라이징 할 줄 알았는데, 이후 생각보다 조연 출연작이 많고 주연급 대세 배우로 자리를 굳히기 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는 듯 하더군요. 그래도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오며 현재는 꽤 지명도 있는 20대 여배우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쿠로시마 유이나는 드라마 위주로 커리어를 쌓아와서 생각보다 영화 출연작이 많지는 않습니다. 2014~15년도 즈음에 영화를 여러 편 찍었는데 아직 주연급 배우로 자리 잡기 전이라서인지 대부분 조연으로 출연한 작품들입니다. 이후 주연으로 출연한 대표작이라면 ‘사쿠라다 리셋’과 ‘프린서플’ 정도입니다.

사쿠라다 리셋


아무튼 프린서플을 원래부터 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던 터라 만화 카페에서 원작 만화가 있는 걸 보고 바로 집어들었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사실 이 만화의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는지는 잘 설명을 못하겠어요. 앞에서 말한 대로 자극적인 내용도 별로 없고 코미디 요소가 강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뭔가 전체적으로 훈훈하게 읽게 되는 작품입니다.

단행본 7권 분량으로 내용이 별로 길지 않아요. 제 경험상 내용이 짧은 것은 대부분의 경우 순정만화에서는 장점이 되더라고요. 물론 내용이 길면 그만큼 작품이 재미있고 인기가 있어서 장기 연재를 하게 된 증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엄청 긴 순정만화 중에서 별로 재미가 없었던 작품이 저에게는 꽤 있어서... 비교적 짧은 내용으로 간결하고 밀도 높게 전개되는 순정만화가 저에게는 잘맞는 것 같더라고요.


프린서플은 짧은 분량 안에도 순정만화의 재미있는 요소들이 대부분 들어 있습니다. 자극적인 요소가 아주 없지는 않아서 왕따라든가 삼각관계, 나이 차이가 나는 연상연하 사제 커플 등 꽤 몰입할만한 자극적인 소재들이 등장하고 부모님이나 애완동물 등 감초 개그 캐릭터들도 아주 웃기지는 않아도 읽으면서 훈훈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해주거든요. 

여러 갈등들이 벌어지지만 짧은 분량이라서 갈등 해소도 빠른 편이고 답답한 고구마 전개가 거의 없습니다. 캐릭터들도 하나 같이 다 매력적이고 발암 캐릭터도 없어요. 만화가 딱 적당하게 필요한 재미들을 알차게 제공해주는 느낌이랄까. 훈훈하게 힐링되는 장면들도 많고 그냥 전체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봤습니다. 원작을 너무 재미있게 보면 영화를 볼 때 기대를 많이 하게 돼서 막상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있는 편인데 다행히 프린서플은 아니었습니다. 영화도 아주 재미있게 잘 만들었습니다.


앞에서 내용이 짧은 것은 순정만화에서는 장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지기 쉽다는 것도 그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상영시간의 제한이 있어서 원작의 내용이 너무 길면 아무래도 영화 한 편에 담기가 어려워지거든요. 그런데 프린서플은 단행본 7권 분량이라... 만화의 전체 내용을 영화 한 편에 무리 없이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원작 만화에서 유일하게 불만이었던 부분은 결말입니다. 결말의 내용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게 아니라 갑자기 시간을 엄청 건너 뛰는 전개로 궁금하던 상황이 어떻게 정리 되었는지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현재 정황을 바탕으로 유추를 하게 만들거든요. 작가로서는 평범하게 작품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아 뭔가 독특한 이야기 전개 방법을 써본 듯 한데 괜히 스토리의 몰입만 깨지고 아주 재미있게 읽던 만화를 마지막에 맥이 빠지게 만들어서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 결말의 내용 전개를 수정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원작의 결말보다 엄청 좋아졌다던가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스토리 전달의 방법이 문제였지 내용만 놓고 보면 원작도 큰 문제는 없고 영화도 평범하게 무난한 결말을 선택했거든요. 원작의 스토리 전달 방법이 무리수였던 탓에 영화 처럼 평범하고 무난한 결말이 오히려 괜찮게 느껴졌던 것이죠. 사실 작품의 전체 내용이 다 좋기 때문에 결말에 무리수나 반전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대도무문. 거침없이 그냥 갈 길 가면 되는 겁니다. 그것이 좋은 작품을 완성하는 가장 확실한 마무리 비법 입니다.


원작이 좋기 때문에 영화는 좋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결말은 수정을 했지만 나머지는 그냥 원작 내용대로 무난하게 만들기만 해도 재밌는 영화로 간단히 완성되어 버리는 거죠. 굳이 신경써야할 요소가 있다면 (모든 만화 원작 실사 영화들이 다 그렇듯이)역시 캐스팅입니다.

이 영화의 캐스팅? 베스트입니다. 모든 배우들이 다 만족스럽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부터 조연 캐릭터들 까지 원작과의 싱크로도 좋고 실사화된 캐릭터의 표현이 아주 매력적으로 잘 되었어요. 주인공 시마를 연기한 쿠로시마 유이나는 기대한 대로 정말 매력적이었고 하루카 역의 카와에이 리나도 아주 좋았습니다. 와오 역의 타카스기 마히로는 원작 캐릭터와 엄청난 싱크로를 보여줍니다. 와오가 좀 독특한 캐릭터인데 외모와 성격까지 원작에 거의 일치하는 완벽한 표현과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그런데 이 작품의 진짜 남자 주인공은 와오가 아니라 겐입니다. 원작을 보면 초반에 좀 속게 되는데 누가 봐도 와오가 남자 주인공 같은 외모와 분위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와오는 페이크 남주고 진짜 남주는 겐이에요. 와오는 너무나도 남자 주인공 같은 외모를 하고 있는데 겐은 반대로 순정만화 남자 주인공이라기에는 조금 과하다 싶은 스타일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남주가 아니라 남주의 친구1 역할인 캐릭터로 보여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상황이 좀 달라집니다. 앞에서 영화의 배우들이 싱크로가 좋다고 언급했는데 겐만은 원작과 싱크로가 좋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원작의 겐 처럼 전혀 순정만화의 남자 주인공 처럼 보이지 않는 느낌이 없거든요. 영화 속 겐은 누가 봐도 남자 주인공으로 보이는 외모입니다. 


겐을 연기한 배우는 쟈니즈WEST의 코타키 노조무입니다. 키도 크고 잘생긴 배우(이자 아이돌)인데 그래서 겐의 역할에는 조금 안 맞는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원작의 겐은 분명 키도 크고 여학생들에게 인기도 많지만 와오와는 달리 그다지 미형 그림체로 그린 게 아니라서 딱히 잘생겼다는 느낌도 없고 오히려 괴팍하고 깐깐해 보이는 인상인데다 무엇보다 이 캐릭터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저분한(?) 장발머리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만한 스타일이거든요. 순정만화 남자 주인공으로는 정말 독특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영화의 겐은 머리가 조금 길긴 해도 딱히 장발이라고 할 만한 길이는 아니고 아이돌들이 자주 할법한 무난한 스타일로 나옵니다. 얼굴 역시 원작의 괴팍하고 깐깐해 보이는 느낌은 전혀 없고요. 물론 이 배우가 별로였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이 배우도 좋았어요. 하지만 원작의 겐이 워낙에 순정만화 남주인공으로는 독특한 타입이라서 이 자체가 이 작품의 개성이기도 하기 때문에 영화판에서도 이런 방향으로 남주인공의 외모를 표현했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거예요. 이 영화에서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도 그냥 이대로도 좋긴 합니다. 역시 로맨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케미잖아요. 그 점에서는 조금도 불만이 없었어요. 쿠로시마 유이나와 코타키 노조무가 어째 느낌이 비슷한 게 굉장히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습니다.


두 주인공과 와오는 당연히 좋지만 영화에서 생각보다 좋았던 게 하루카입니다. 저는 원래 순정만화에서 하루카 같은 캐릭터를 좋아하는데요. 외모는 귀여운데 성격이 안 좋아서 처음에는 악역으로 나오지만 결국은 갈등을 해소하고 주인공의 절친이 되는.... 순정만화 여자 조연 캐릭터 중에서 굉장히 흔한 타입이긴 한데 이런 캐릭터를 잘 활용하면 작품이 굉장히 재미있어 집니다. 프린서플의 하루카가 그렇고 최근 읽은 순정만화 중에서 ‘꽃보다 맑음’의 아이리도 굉장히 좋았어요.

아무튼 영화에서 AKB48 출신의 카와에이 리나가 연기한 하루카는 원작과 싱크로도 좋고 연기도 괜찮고 아주 매력적으로 등장합니다. 조연이긴 하지만 두 주인공과 삼각관계로 엮이는 등 비중이 꽤 큰 캐릭터이기 때문에 쿠로시마 유이나의 시마와 함께 영화를 쌍끌이 하는 역할을 확실히 해줍니다. 주인공 뿐 아니라 매력적인 조연도 로맨스 영화에서는 은근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 외 다른 출연배우 중에서 와오의 엄마 역으로 나온 시라이시 미호가 아주 반가웠습니다. 전차남의 ‘진카마 미스즈’ 역할로 나올 때 엄청 좋아했던 배우거든요. 전차남이 2005년에 나온 드라마니 세월이 많이 흘렀고 78년생인 시라이시 미호도 어느덧 40대 여배우가 되었네요. 영화에서 사실 바로 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확실히 나이가 들어 보이고 살도 많이 빠져서 전차남의 진카마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매력있더군요.


프린서플은 아주 좋아하는 원작 만화를 훌륭하게 영화화해서 제게 큰 만족을 준 작품입니다. 솔직히 영화 자체가 대단한 걸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원래 이런 종류의 순정만화 원작 일본 로맨스 영화가 대단히 수준이 높게 나오기도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원작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영화에 큰 기대를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원작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영화도 기대할 수 밖에 없는데 다행히 프린서플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고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말했듯이 대단한 걸작도 아니고 원작 만화도 뭔가 특별한 강점이나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무난하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보고 있으면 훈훈하게 미소 지어지는 힐링물 느낌의 작품이라 만화도 영화도 제가 생각날 때마다 찾아보며 오래오래 애정하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트위터 @dsz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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