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과 영화사이

[게임과 영화사이]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by 대서즐라 2021. 7. 8.
728x90
반응형


게임원작영화 리뷰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Warcraft: The Beginning

블리자드의 명작 게임 ‘워크래프트’의 영화화가 결정되었을 때 많은 게임 팬들과 영화 팬들이 환호했습니다. 그야말로 최고의 기대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프로젝트. 워크래프트가 가진 게임계의 위상은 어마어마합니다. 워크래프트 1편과 2편은 RTS 장르를 정립시킨 걸작이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MMORPG 역사상 최고의 성공작입니다. 게임 시리즈가 이어져 오는 동안 방대하게 쌓여온 스토리도 재미와 탄탄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영화로 만들기만 하면 초대박 히트는 무조건 보장. 전 세계 수많은 게임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반지의 제왕 이후 초대형 판타지 블록버스터에 목말라온 영화 팬들까지 이 영화에 대해 가지는 기대감은 엄청 났습니다. 

그런데 망했습니다. 

물론 손익분기점도 못 넘기고 폭망한 건 아닙니다. 제작비가 1억 6천만 불이고 월드 와이드 최종 흥행 성적이 4억 3천만 불이니 손익분기점을 넘고도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렸다고 볼 수 있죠. 사실 이 성적은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중 최고 흥행성적입니다.(2021년 7월 기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실패로 규정됩니다. 가장 결정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바로 속편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워크래프트 영화를 1편만 만들고 끝낼 생각이었다면 미친 짓이겠죠. 이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한 편이 영화에 담아 내겠습니까? 반지의 제왕 처럼 최소 3부작을 만들거나, 스타워즈, 해리포터 같이 8~9편 이상 만들어낼 프렌차이즈로 계획을 했을 겁니다. 많은 시리즈를 만들어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말했듯이 워낙에 방대한 스토리라서 당위적으로라도 여러 편의 시리즈로 기획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1편 이후 속편 제작은 감감무소식입니다. 

 

사실 손익분기점을 넘고 어느 정도 수익을 냈기 때문에 속편을 굳이 만들라면 못 만들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흥행 문제를 떠나서 속편이 나오지 못한 데는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영화판 워크래프트를 보면 그 근본적인 문제점이 뚜렷이 드러나 있습니다.


워크래프트는 판타지 장르입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가 아니라 가상의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창조물들이 등장합니다. 판타지 장르의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의 훌륭한 표본은 이미 존재합니다. 바로 반지의 제왕이죠. 반지의 제왕에도 요정, 드워프, 호빗, 오크 등 인간 외의 다양한 종족이 등장하고 이들이 중요 캐릭터로서 인간 캐릭터와 함께 작품의 스토리를 이끌어 갑니다.

 

하지만 같은 판타지 대작이라고 해서 워크래프트가 무작정 반지의 제왕이 보여준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우선 반지의 제왕 소설이 판타지 장르 전체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남긴 것은 사실이지만 후에 만들어진 유명 판타지 대작들의 경우 모두 제각각의 개성과 독자적인 세계관을 확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지의 제왕


사실 현대 판타지 장르의 표준화된 기본 설정은 톨킨이 아닌 D&D에 의해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톨킨이 이 장르에 핵심적인 영감을 제공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반지의 제왕과 현대 판타지 장르의 유명 작품들을 비교해보면 생각보다 비슷한 점이 많지 않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희박한 편입니다. 판타지 장르에서는 D&D에서 표준화된 설정들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독자적인 설정과 세계관이 더해지는 식이죠. 워크래프트는 거기서 더욱더 방대한 독자적인 설정이 더해졌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과 닮은 점이 거의 없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장과 삽화 정도가 다인 소설과는 달리 게임의 경우 이미 시각적인 이미지도 완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영화화할 때 컨셉 디자인의 선택지가 좁아지게 됩니다. 워크래프트3와 WOW에서 인게임 그래픽으로 표현된 디자인이 있고 시네마틱 영상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특히나 게임 제작사 블리자드는 시네마틱 영상의 퀄리티가 우수하기로 소문난 회사입니다. 영화를 어설프게 만들었다간 게임의 시네마틱 영상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영화 제작진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실제 배우들이 등장하는 실사 영상이 전부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게임의 시네마틱 영상보다 못하다면 말이 안되잖아요. 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게 문제죠. 특히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작품들의 경우 온통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에 실제 인간 배우의 존재가 오히려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거든요. 이건 영상의 퀄리티가 아니라 ‘자연스러움’의 문제인 겁니다. 이 문제는 잘 풀어내기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워크래프트의 영화화에 기대와 함께 우려스러움이 컸던 것도 이것이 핵심 이유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공개되었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라는 반응은 다행히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고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는 반응 또한 없었습니다. 

솔직히 조금 혼란스러운 반응이었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이게 괜찮은 결과물인 건지. 이게 최선인 건지. 이보다 더 나을 수는 없는 건지. 워크래프트 영화가 앞으로 계속 나온다면 이런 비주얼 컨셉으로 주욱 가게 되는 것 인지. 명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혼란스러운 반응이 나온다면 그것은 실패한 결과물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워크래프트 잖아요? 제대로만 만들면 반지의 제왕 급의 대작 블록버스터 프렌차이즈로 완성되어야 하는 시리즈. 반지의 제왕 1편의 반응이 어땠는지 생각해 봅시다. 워크래프트의 영화화 첫 작품이 반지의 제왕 정도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패라고 규정해야겠죠.

말했듯이 워크래프트는 반지의 제왕과는 매우 다른 작품입니다. 영화로 완성된 작품도 반지의 제왕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같은 판타지 대작인데도 시각적인 느낌이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단순하게 비교하자면 반지의 제왕에 비해 화면이 너무 밝아요. 반지의 제왕 못지 않게 처절하고 살벌한 전쟁이 벌어지는 내용인데도 화면이 전반적으로 너무 밝습니다. 반지의 제왕 보다는 나니아 연대기를 보는 느낌이에요.

나니아 연대기


하지만 워크래프트는 반지의 제왕과 다른 것 이상으로 나니아 연대기와도 다릅니다. 워크래프트를 보는데 나니아 연대기 느낌이 난다면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된 것이죠.

결국 모든 시각적 이미지와 디자인들이 자연스럽지가 않고 내용과 캐릭터에 어울리지가 않는 것입니다. 혼란스러운 반응이라고 했지만 결론은 결국 이것입니다. 이런 상태로는 속편을 만들 수가 없어요. 차라리 흥행 성적이 부진했던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 상황입니다. 속편이 나오지 않는 좋은 핑계거리가 되니까요.

결국 게임에서 이미 공개된 이미지들이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이러한 워크래프트 영화화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심각한 함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게임 원작 대작 영화 프로젝트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워크래프트 같은 판타지 장르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대형 블록버스터로 제작될만한 게임이라면 판타지나 SF 같이 비현실적인 시각 컨셉을 내세우는 작품이 많으니까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런 경우는 과감한 해결책을 써야 합니다. 발목 잡고 있는 요소를 떨쳐내야 하죠. 네, 게임에서 표현된 이미지 디자인에서 다소 벗어나는 한이 있어도 자연스러운 느낌의 실사 영화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쉬울까요? 워크래프트 같이 원작 게임의 확고한 이미지를 확립하고 있는 작품에서 이것은 정말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쉽지 않기에, 워크래프트의 속편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영영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대로 사라지는 것일까요? 워크래프트의 영화화가 만약 성공했다면 수 많은 게임 팬들은 더 많은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겁니다. 워크래프트와 같은 블리자드의 대표 게임 시리즈인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의 영화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을지 모르고, 워해머의 실사 영화화도 논의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스타크래프트


아니면 그저 워크래프트의 영화 시리즈가 계속 순조롭게 제작되었더라도 게임 팬들과 영화 팬들은 엄청나게 행복했을 거예요. 언젠가 아서스, 스랄, 일리단의 이야기를 실사 블록버스터 영화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기대감을 품은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 기대감은 아직도 존재합니다. 워크래프트의 실사화 프로젝트가 영원히 중단된 것이라고 믿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요즘은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시대가 열리고 있으니 꼭 극장용 영화가 아니더라도 OTT용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될 것이라 기대해 볼 수도 있겠죠. 언젠가는..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까지.. 완성도 높은 실사화 작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많은 게임과 영화 팬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트위터 @dszlife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