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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 고민 없이 대충 만든 결과물

by 대서즐라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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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료를 가지고 고민 없이 대충 만든 결과물.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 대한 저의 한 줄 평입니다. 모두가 느끼고 있겠지만 지금 상황이 좀 심각합니다. 이 영화가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단순히 좋은 재료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좋은 재료이면서 동시에, 아주 중요한 재료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중요한 재료는 ‘정복자 캉’입니다. 그리고 캐시 랭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여배우 ‘캐스린 뉴튼’과 영화의 배경이 된 ‘양자 영역’ 또한 아주 중요한 재료입니다.

 

이 재료들을 ‘좋은 재료’라고 한 것은 신중하게 고민하고 연구해서 최선의 방법으로 잘 활용하면 정말 재미있고 훌륭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엔드게임 이후에 나온 페이즈 4의 작품들을 보면, 이 정도까지 매력적인 재료들을 갖추고 있는 작품을 찾기 힘듭니다.

 

앤트맨과-와스프-퀀텀매니아

 

작품을 보기도 전에 ‘이거 재미있겠네~’ 하고 기대하게 되는 요소들. 마블은 요즘 ‘재미있겠다’는 기대감은 고사하고 전혀 궁금하지조차 않은 내용과 소재들로 작품을 마구 만들어내고 있죠. 이제야 정신 차리고 ‘에코’나 ‘애거사: 코븐 오브 카오스’ 같은 작품들의 공개를 연기하고 있지만, 정말 정신을 차린 건지는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겠죠. ‘에코’는 이미 촬영까지 다 한 상태라서 어쨌든 공개는 할 수밖에 없을 테고요.(물론 저쪽 동네의 ‘배트걸’처럼 다 완성해 놓고 아예 폐기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이 흔히 일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아무튼 마블이 맛탱이(?)가 가서 이렇게 전혀 궁금하지도 재미있을 것 같지도 않은 작품들을 마구잡이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가운데, 페이즈 5의 스타트를 끊게 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간만에 기대할만한 요소들로 가득 채워진 마블의 작품이었습니다. 앞에서 세 가지 중요 재료를 언급했지만 그 세 가지 중에서 단연 ‘정복자 캉’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자들이 쉽게 간과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악역의 중요성’입니다. 마블 페이즈 1에서 3까지 이어진 ‘인피니트 사가’의 대성공은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같은 어벤져스의 주역들뿐 아니라 로키, 타노스 같은 매력적인 악역들의 역할도 매우 결정적이었습니다. 기존 어벤져스 주역들이 여러 명 퇴장하고 페이즈 4부터 새롭게 합류하고 있는 뉴페이스들이 대부분 반응이 시큰둥한 상황이라(‘호크아이’의 후계자인 ‘케이트 비숍’ 정도만 반응이 괜찮고요) 전반적으로 마블의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역시 분위기 반전의 가장 효과적인 한방은 타노스의 뒤를 잇는 마블의 새로운 메인 빌런 ‘정복자 캉’ 밖에 없습니다.

 

앤트맨-정복자캉

 

생각해 보면 마블 유니버스에서 메인 빌런의 무게감은 정말 엄청납니다. 마블 유니버스는 ‘단 한 명의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관인데 메인 빌런은 단 한 명 떡하니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사실상 인피니트 사가의 주인공이 타노스이고, 새로운 멀티버스 사가에서는 정복자 캉이 주인공인 셈입니다. 그러니까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드디어 오래 기다린 주인공이 등장하는 무대였단 말입니다.

 

그렇기에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멀티버스 사가 전체를 통틀어서 최상위급의 중요성을 가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요하지 않은 작품, 대충 만들어도 되는 작품이란 건 없습니다. 그런데 페이즈 4에서는 그렇게 대충 관성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었다고 느껴지는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 때문에 마블 콘텐츠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오케이 여기까지. 이제 정신 차릴 때 됐다. 설마 멀티버스 사가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정복자 캉’이 등장하는 작품에서까지 그런 고민 없는, 관성으로 대충 만든 결과물을 보여주지는 않겠지.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개봉하기 직전까지 마블 팬들은 이런 일말의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었던 말입니다. 그런데 그 기대와 희망이 여지없이 박살이 나버렸고, 그 결과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흥행과 평가에서 그야말로 ‘대참사’의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되었습니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었을까요? 물론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복자 캉’이 타노스를 비롯해서 기존 히어로 영화에 등장했던 빌런들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캐릭터이기도 하고, 페이즈 4부터 진행되어 온 멀티버스 사가의 세계관 설정과 스토리 구성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양자 영역이라는 제한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다양한 시간선을 오가는 캉의 능력이 등장하지 않았기에 내용 자제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캉을 중심으로 대단하고 거창한 스토리를 펼쳐 보일 필요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정복자 캉이 얼마나 강하고 무시무시한 빌런인지를 맛 보여 주는 것. 그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했어야 합니다.

 

아예 그런 목표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목표로 했지만 제대로 못 보여준 것인지는 확실히 판단을 못하겠습니다. 정상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후자 쪽이겠죠. 실제로 캉이 굉장한 존재라고 재닛이 꾸준히 언급했으니까요. 그런데 말로만 떠든다고 그게 다 사실이 되는 건 아니죠. 실제로 극장에 앉은 관객이 캉의 무시무시한 힘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게 제대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캉의 압도적인 힘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복자-캉

 

‘이것은 본 게임이 아니니까’ 설마 이런 판단이었을까요? 어차피 캉과 제대로 붙게 되는 것은 몇 년 뒤에 나올 어벤져스 5편과 6편에서 이야기이고, 지금은 살짝 맛만 보여주는 건데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라는 수준으로 만들어버린 걸까요?

 

사실 페이즈 4 이후 마블 작품들이 자꾸 ‘고민 없이 대충 만든 거 같은’ 결과물로 나오는 것의 근본적인 원인이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본 게임은 나중에’, ‘지금은 준비 단계’. 이런 안일한 마인드가 최근 마블 작품들을 볼 때마다 느껴집니다.

 

그런데 나중에 나올 본 게임을 제대로 대박으로 터트리려면 지금 준비 단계에서부터 깊게 고민하고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야죠. 사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경우는 그 ‘최선’의 답이 전혀 어렵지도 않고 매우 명확합니다. 캉을 지금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등장한 어떤 빌런과도 비교가 안 되는 강력한 존재로 그려내는 것. 캐릭터의 설정이나 스토리 빌드업... 이런 걸 신경 쓸 게 아니고 여기서는 그냥 강렬한 한방을 날려준다는 생각으로 묵직하게 질렀어야(?) 합니다. 관객이 충격을 받고 얼떨떨해질 정도로 말이죠. 지금 그런 강렬한 한방이 필요한 순간이에요. 마블 아직 안 죽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말이죠.

 

‘아니 그런 압도적으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면 이 영화에서 앤트맨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라는 건데?’ 라는 식으로 난관 같지도 않은 난관 때문에 못한 거라고 말하지는 않겠죠. 아무리 무적의 포스를 보여주는 빌런이라도 영화 한 편의 마무리를 깔끔하게 지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떤 창작물에 등장하는 대단한 빌런이든, 최종 보스든 간에 결국에는 쓰러집니다. 힘이나 정면대결로는 전혀 상대도 안될 거 같아도 공략할만한 약점 한두 가지는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약점이 있다고 해서 최종 보스의 포스가 무너지지는 않아요.

 

행크-재닛-호프

 

일단 이 영화에서 캉이 흔히 말하는 대로 ‘차포뗀 상태’로 등장한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렇게 핸디를 준 상태니까 더더욱 캉의 ‘진정한 강력함’에 대해 관객들이 소름 돋는 상상을 하도록 만들 수가 있죠. 그래서 반드시 이 영화에서 캉의 모습은 타노스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모습으로 나왔어야 했습니다. 그런 너무나도 압도적인 강적이지만 양자 영역이라는 이 작품만의 특별한 배경과 앤트맨 일행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기술과 지식으로 유일하게 시도해 볼 만한 해법이 있었다... 라는 식의 전개로 만드는 게 그리 어려웠을까요. 이길 필요도 없고(도저히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고), 단지 캉에게서 벗어나는 엔딩으로 그려내는 것으로 관객은 충분히 만족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후 나올 어벤져스와 캉의 진정한 본게임 대결에 대해 어마어마한 기대감을 가지게 되겠죠.

 

아니면 정말 처절하게 없는 승산과 가능성을 만들고 만들어서 기어이 캉을 쓰러뜨려 버려도 괜찮았을 겁니다. 흔한 클리셰긴 하지만 죽을힘을 다해 최강의 빌런을 쓰러뜨렸는데 쿠키 영상에서 ‘사실 그 녀석은 우리 중 최약체지’라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임팩트는 상당히 강렬하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이 영화에서 쿠키 장면이 어느 정도는 그런 의도였던 거 같기는 합니다. 다만 본편에서 캉의 강력함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심지어 한국에서는 어이없는 번역 미스까지 있어서 그 의도는 완전히 박살 나 버렸어요. 쿠키 영상에서 변종 캉 3인방이 등장해 유배된 캉을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는데(None of us killed him) 이걸 엉뚱하게 ‘죽이지 못했다’라고 번역하는 바람에 유배된 캉이 최약체가 아니라 제일 강한 것처럼 돼버렸거든요. 이렇게 되니 그 뒤에 수많은 변종 캉의 등장하는데 죄다 허접들로 보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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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습니다. 정복자 캉이라는 훌륭한 재료를 가지고 침체된 마블의 분위기를 단번에 반전시킬 강렬한 한방을 날릴 수 있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물이 나와버리다니요. 사실 순수하게 영화 자체의 재미로만 놓고 보면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역대 MCU의 최악의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거보다 더 재미없게 본 작품도 몇 편 있었고(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MCU 외에 다른 히어로 영화들로 확장하면 그 수많은 ‘닦이’ 영화들이 있으니 그런 영화들에 비하면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정도면 나름 볼만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특히 이 영화를 보고 와서 ‘캐시 랭’ 역으로 처음 출연한 여배우 ‘캐스린 뉴튼’(인터넷에 이 배우의 이름이 한글 표기로 캐서린 뉴튼, 캐스린 뉴턴 하면서 통일이 안되던데 제가 해외 영상에서 발음을 들어보니 ‘캐스린 늍은’이라고 발음하는 거 같더군요)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기대를 하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뻐서 놀랐습니다. 그 뒤에 출연작 중에서 ‘명탐정 피카츄’를 바로 찾아봤는데 이 영화에서도 비주얼이 대단하더군요. 엔드게임에서 캐시 랭을 연기했던 배우 ‘엠마 퍼먼’이 제대로 통보도 없이(본인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하죠) 배우가 교체된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지만 두 배우를 비교해 보면 역시 앞으로 영 어벤져스의 주역으로 활약할 캐시 랭의 역할에 적합한 배우는 캐스린 뉴튼이라고 생각합니다.

 

캐시-랭

 

캐스린 뉴튼의 캐시 랭.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건진 게 이거예요.(그나마 캐시 랭 하나로 ‘나름 볼만했다’ 정도까지는 말할 수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재료인 ‘양자 영역’도 정복자 캉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망쳐버렸습니다. 더 많이 고민하고 수준 높은 상상력을 발휘했다면 어마어마한 세계를 묘사할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실제 결과는 그냥 토르와 가오갤 시리즈에서 본 것들의 하위 호환 수준이었죠.

 

정말 이래서는 안 됩니다. MCU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이제는 그냥 장난식으로 ‘마지막 희망’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진짜 MCU의 희망이 되어야 할 작품이었습니다. 정복자 캉의 강력함과 캐시 랭의 매력으로 페이즈 5의 거대한 도약을 이루었어야 했는데.... 캐시 랭은 정말 좋았지만 정복자 캉이 완전히 맹탕이 돼버리는 바람에 결국 제대로 도약도 못하고 추락해 버렸죠.

 

이런 상황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건 이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해졌는지를 마블과 디즈니 경영진들 모두 피부로 실감하게 되었으리라는 점입니다. 올해 공개할 예정이었던 디즈니 플러스의 신작 여섯 편 중에서 네 편이나 공개를 연기했다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그리고 우당탕탕 난장판이긴 하지만 어쨌든 캐시 랭, 케이트 비숍 같은 훌륭한 신 캐릭터들이 이 세계관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마블은 쉽게 망할 수가 없는 프랜차이즈이고, 남은 멀티버스 사가도 어떻게든 진행이 될 것입니다. 캉의 진정한 강력함을 보여줄 어벤져스 5편과 6편, 그리고 캐시 랭, 케이트 비숍이 함께 등장해 주역으로 활약할 ‘영 어벤져스’를 보게 될 그날까지... 그저 존버할 뿐입니다. 다 망해버린 DC까지도 존버하고 있는데(언젠가 저스티스 리그와 다크사이드가 대결하는 장면을 극장에서 보게 될 거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정도가 뭐 어려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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