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다 미오(今田美桜)는 라이징 여배우로는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우선, 주연작이 아닌 조연작으로 떴다는 점. 그리고 상당한 인기를 끌며 주목받는 라이징 스타가 되었음에도 소속사의 파워(?)가 약해서 오랜 기간 동안 대부분의 작품들에 조연 역할로만 캐스팅되었다는 점. 이마다 미오가 요즘 핫하다는 소문(?)을 들어서 출연작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주연 작품이 너무 없어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나마 2021년에 겨우 영화 주연작 ‘도쿄 리벤저스’가 대히트를 했고(물론 학원 폭력물 장르라서 여주인공인데도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2022년에 처음으로 드라마 주연작인 ‘악녀 ~일하는 게 멋있다고 누가 그래?~’가 2분기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이마다 미오가 드라마 ‘꽃보다 맑음’으로 라이징한 게 2018년이에요. 그때 라이징 하고 2019년과 2020년에 수많은 작품들에 캐스팅되었는데 동성연애를 다룬 독립영화 ‘칼랑코에의 꽃’을 제외하면 모두 조연입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에서 메인이 되는 대세 여배우는 따로 있었고 이마다 미오의 역할을 들러리였습니다.
사실 그녀가 라이징한 ‘꽃보다 맑음’부터가 그런 역할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조연 역할로 대세급 주연 여배우와 대등하거나 거의 집어삼키는 수준의 존재감을 보여준 것이 이마다 미오가 주목받고 라이징하게 된 핵심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꽃보다 맑음’의 주연은 대세 여배우 스기사키 하나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배우예요. 스기사키 하나의 출연작 대부분을 제가 엄청 좋아합니다. 그런데 단언컨대 ‘꽃보다 맑음’은 스기사키 하나의 커리어 중에서 최악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흑역사라고 해도 될 정도예요.
꽃보다 맑음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역대 최고의 순정만화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꽃보다 남자’의 후속작입니다. 같은 작가가 그린 만화 후속작이 먼저 나오고 이걸 드라마로 만든 거죠. ‘꽃보다 남자’는 역대 최고의 순정만화이니 당연히 저도 엄청 좋아하고, 후속작인 ‘꽃보다 맑음’ 역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원작 만화가 2019년 연말까지 연재되었고 드라마는 2018년 2분기에 방영되었으니 중간부터 내용이 원작과는 굉장히 많이 달라집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스기사키 하나의 흑역사라고 부르는 이유는 우선 드라마의 내용이 너무 재미없기 때문입니다. 원작 만화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드라마는 원작과 전혀 딴판으로 내용이 너무 괴상해졌습니다. 물론 흥행에 실패한 드라마도 아니고 분명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정말 최악으로 재미없는 드라마였어요.
그리고 스기사키 하나가 연기한 주인공 ‘에도가와 오토’가 드라마에서 너무 매력이 없습니다. 만화 원작에서는 전작의 마키노 츠쿠시와는 또 다른 성격으로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거든요. 거기에 스기사키 하나의 스타일링도... 진짜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촌스러운 꼴을 하고 나옵니다. 이렇게 내용과 여주인공의 매력이 꽝인 드라마에서 그나마 이마다 미오가 연기한 ‘아이리’만큼은 원작 정도의, 아니 원작을 능가하는 매력을 보여줍니다. ‘꽃보다~’ 시리즈는 전작이나 후속작이나 모두 동일하게 주인공은 평범한(혹은 가난한) 서민이고 주변 캐릭터들은 대부분 짱짱한 부잣집 아이들이죠. 애초에 주변 조연 캐릭터들에 의해서 여주인공의 매력이 묻혀버릴 위험이 높은 구도인데 실사로 만든다면 이런 밸런스 조절에 특히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꽃보다 맑음’ 드라마는 이 밸런스 조절에 실패해버렸죠. 여주인공의 매력은 죽어버리고 조연인 아이리만 반짝반짝 빛났으니까요.
스기사키 하나도 충분히 매력적인 여배우입니다. 그녀가 정말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수많은 대표작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꽃보다 맑음’에서만큼은 이마다 미오의 아이리 캐릭터에 완전히 눌려버린 것이 사실입니다.
조연 역할로 주연인 대세 여배우를 집어삼켜 버린 것은 전반적인 캐릭터 구성의 밸런스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본질적으로는 이마다 미오라는 배우의 존재감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존재감의 핵심은 외모와 분위기입니다.
우선 외모 이야기를 하자면, 이마다 미오가 우리가 ‘미모’라고 인식하는 복합적인 관념으로 여타의 주연급 대세 여배우들을 압도할 만큼의 특출남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냥 뭔가 눈에 띄는 독특함과 화려함이 그녀의 외모에는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눈입니다. 흔히 ‘왕눈이’라고 하죠. 실제로 눈이 크기도 하지만, 뭔가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 있는 특유의 표정이 이 배우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외모적 특징을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인식합니다. 뭔가 만화 캐릭터나 인형처럼 보이는 거예요. 절대 나쁜 의미가 아닙니다. 그만큼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의미입니다.
만화 캐릭터 느낌인데 이게 순정만화보다는 소년만화 느낌입니다. 그래서 여리여리하거나 소녀소녀한 느낌이 아니라 에너지 넘치는 소년만화 주인공의 눈을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배우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에너지’입니다. 큰 눈의 화려한 외모와 에너지가 넘치는 분위기. 이것으로 이마다 미오라는 배우가 가진 강렬한 존재감이 모두 설명이 되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꽃보다 맑음의 아이리 같은 역할에 최적화된 외모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리 역할도 정말 좋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히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서 연기했던 ‘하마무라 히토미’라는 캐릭터가 이 배우의 이미지에 가장 찰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의욕이 넘치는 젊은 커리어 우먼 역할. 보통 라이징한 일본의 젊은 여배우는 하이틴 로맨스 장르에서 특히 많이 활약하는데, 이마다 미오는 그런 역할보다는 좀 더 성숙하고 진취적인 여성상을 연기하는데 더욱 강점을 가진 배우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배우의 출연작을 그다지 많이 보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 본 게 거의 없네요. 원래 배우 포스팅을 쓰기 전에 출연작 몇 편을 찾아보는데 이마다 미오는 뭔가 빨리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스팅을 좀 급하게 쓰게 되었습니다. 영화보다는 드라마 출연작이 많아서 아무래도 챙겨보기가 더 어렵기도 했고요.
일단 영화는 ‘도쿄 리벤저스’만 봤습니다. 여기서 연기한 타치바나 히나타가 이마다 미오의 이미지에 굉장히 어울리는 캐릭터입니다. 학원 폭력물 만화답게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강단 있는 여주인공 캐릭터예요. 다만 헤어 스타일은 그다지 안 어울렸습니다. 애초에 이런 스타일이 어울리는 여배우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연기는 훌륭했고 여주인공으로서 확실한 매력과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가 흥행에서도 초대박을 터트렸으니 시리즈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고 이로써 이마다 미오도 영화 쪽 대표작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화와 영화 사이] 도쿄 리벤저스 (와쿠이 켄 원작)
드라마는 전부 조연작뿐인데요. 저는 꽃보다 맑음, 한자와 나오키, 딸바보 청춘 백서, 어서와 모네를 봤습니다. 남성 캐릭터가 중심인 한자와 나오키를 제외하면 다른 드라마는 모두 이마다 미오가 아닌 또 한 명의 대세급 젊은 여배우가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역 역할로 등장했었죠. 꽃보다 맑음의 스기사키 하나, 딸바보 청춘 백서의 나가노 메이, 어서와 모네의 키요하라 카야입니다. 나가노 메이와는 ‘너는 달밤에 빛나고’라는 영화에도 함께 출연했었네요. 이 영화에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여배우인 마츠모토 호노카도 출연하니까 조만간 챙겨보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다른 대세 여배우의 들러리(?) 조연 역할로 출연한 드라마에서, 이마다 미오는 꾸준히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꽃보다 맑음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스기사키 하나를 집어삼켜 버렸고 딸바보 청춘 백서에서는... 저는 여기서도 나가노 메이가 이마다 미오에게 살짝 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여주인공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로맨스물로서의 재미보다는 딸바보인 아빠 캐릭터의 코믹 행각에 초점을 맞춰서 여주인공 나가노 메이의 매력이 잘 살아나지 못하긴 했습니다. 물론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이마다 미오의 존재감은 눈에 띄었습니다.
어서와 모네의 경우는 2002년생의 젊은 대세 여배우 키요하라 카야가 확실한 매력과 존재감을 보여주기 때문에 조연 캐릭터에게 먹히고 자시고 할 드라마는 절대 아니었지만, 이 드라마에서도 이마다 미오는 상당히 매력적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제가 앞에서 말한 이 배우의 강점이 특히 잘 살아날 수 있는 ‘의욕이 넘치는 젊은 커리어 우먼 역할’이었죠. 확실히 이런 진취적이고 성숙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이마다 미오의 이미지와 매력에는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마다 미오는 1997년생으로 아주 빠르게 라이징한 케이스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기사키 하나, 나가노 메이, 키요하라 카야는 모두 이마다 미오보다 훨씬 어린 나이부터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배우들은 커리어의 초기에는 주로 중학생, 고등학생 역할을 하면서 어린 소녀에서 차츰 성숙해지는 과정을 보여 주었는데 이마다 미오는 라이징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한자와 나오키나 어서와 모네 같은 작품에서 커리어 우먼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런 역할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꽃보다 맑음의 아이리 역할도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일본의 다른 젊은 대세 여배우들처럼 하이틴 장르에서 이마다 미오의 모습을 좀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일본의 젊은 대세 여배우라면 필모에 하이틴 로맨스 주연작 한 두 편은 꼭 있으니까요.
이미다 미오는 현재 20대 중반입니다. 이 정도면 하이틴 장르를 찍을 기회가 앞으로 몇 년은 더 있을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대학생이나 커리어 우먼 역할로 이미지가 꽤 굳어져서 하이틴 작품에 출연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에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에서도 또 회사원 역할이고요.
물론 배우로서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겠죠. 라이징 대세 여배우이긴 하지만 처음에 언급했듯 이마다 미오는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소속사의 파워가 약한 것도 있고 사실 어떤 연예인이든 라이징 했을 때의 인기와 기세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라이징한 시점에 청소년보다는 성인 배역의 역할을 주로 맡게 된 것 자체는 배우로서 유리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하이틴 장르가 많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수준 높은 작품은 거의 없으니까요. 반면 하마구치 류스케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같은 거장 감독의 수준 높은 작품의 출연을 노린다면 지금 이마다 미오의 이미지와 방향성이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우선은 곧 방영할 첫 드라마 주연작으로 어떤 성과를 내는지를 봐야겠죠. 그리고 도쿄 리벤저스를 잇는 영화 대표작도 더 나와야 하고요. 뭔가 언더독 느낌이 나는 특이한 케이스라서 그런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배우입니다. 이마다 미오가 앞으로 일본의 진짜 수준 높은 작품들에도 출연해서 최고의 여배우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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