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생 하마베 미나미, 2001년생 모리 나나에 이어 이번에는 2002년생으로 일본에서 2000년대 이후 출생 여배우들의 대세 흐름을 이끌고 있는 여배우인 키요하라 카야(清原果耶)에 대한 포스팅을 작성해보겠습니다.
키요하라 카야는 2002년생이지만 두 살 많은 하마베 미나미보다도 어쩌면 더 일찍 주목받았다고도 할 수 있는 배우입니다. 물론 단순히 주목받은 것과 하마베 미나미처럼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대박 히트작을 터트리며 단숨에 톱으로 올라선 것은 개념이 다르긴 하지만요.
하마베 미나미가 한 편의 대박 히트작으로 단숨에 최고의 대세 여배우 반열에 오른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키요하라 카야는 당장은 톱이 아니지만 조만간 톱으로 올라설 유망주 배우로서 굉장히 이른 시기부터 주목을 받은 케이스입니다.
키요하라 카야의 배우 커리어 초창기에 찍은 세 편의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바로 2016년에 개봉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2017년에 개봉한 ‘3월의 라이온’, ‘유리고코로’인데, 이 세 작품에서 키요하라 카야는 비중이 적은 배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세 작품 모두 키요하라 카야가 아닌 다른 최정상급 여배우가 주인공 혹은 더 큰 비중의 역으로 출연하고 있었죠.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고마츠 나나, ‘3월의 라이온’은 아리무라 카스미, ‘유리고코로’는 요시타카 유리코입니다. 키요하라 카야는 이 중 두 작품에서 이 정상급 여배우들의 청소년 시절 모습을 연기했습니다. 바로 고마츠 나나와 요시타카 유리코입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유리고코로’는 장르와 분위기가 아주 다른 작품인데도 키요하라 카야가 등장하는 장면만은 묘하게 구도나 연출 같은 것들이 닮은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그저 우연의 일치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온 두 작품에서 정상급 주연 여배우 두 명의 어린 시절 모습을 한 명의 여배우가 연기했다는 사실이 아주 흥미로운 암시를 품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이 배우(키요하라 카야)가 바로 1980년대 출생 대세 여배우(요시타카 유리코)와 1990년대 출생 대세 여배우(고마츠 나나)의 뒤를 이을 2000년대 출생 대세 여배우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는 암시.
‘3월의 라이온’에서 키요하라 카야가 연기한 ‘카와모토 히나타’라는 캐릭터는 원작 만화에서는 히로인인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이 만화는 순정만화 코너에 꽂혀 있기는 하지만 평범하게 연애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순정만화가 아니라 일본의 장기인 ‘쇼기’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이 쪽 파트의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히로인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히나타가 히로인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지는 것도 무려 단행본 10권까지 진행된 시점입니다. 그 전에는 아카리, 쿄코라는 캐릭터와 함께 히로인 후보군 3인 중 하나였습니다.
아카리도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히나타와 쿄코가 히로인 쟁탈전을 1대1로 벌이는 구도였는데요. 영화에서는 쿄코 역을 아리무라 카스미라는 대세 여배우가 연기해서 원작보다 비중과 무게감이 훨씬 커졌죠. 저 개인적으로는 아리무라 카스미가 연기한 최고의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3월의 라이온 영화에서 쿄코의 캐릭터는 원작 초월 수준의 엄청난 매력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배우 자체의 무게감까지 더해지니 상대적으로 키요하라 카야의 히나타는 더욱 비중이 작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원작에서 10권에 등장하는 내용인 주인공 레이의 ‘히나타와 결혼하겠다’는 선언도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을 하고 원작 초월의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던 쿄코와의 관계도 대충 정리되면서 영화도 원작과 동일하게 히나타 히로인 확정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그리고 아리무라 카스미의 매력과 존재감이 어마어마하긴 했지만 이제 막 아역 티를 벗은 수준의 키요하라 카야 역시 이 영화에서 볼수록 매력이 진국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리무라 카스미의 매력에만 흠뻑 빠졌었는데 이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보다 보니 키요하라 카야가 아리무라 카스미만큼이나 계속 눈에 들어오더군요. 결국 3월의 라이온이 키요하라 카야의 대표작으로 저의 기억에 남게 되었습니다.
이 세 편의 영화를 통해서 요시타카 유리코, 고마츠 나나, 아리무라 카스미 등 선대의 대세 여배우들의 후계를 잇는 여배우라는 인상이 키요하라 카야에게 생기게 됩니다. 물론 저만의 느낌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키요하라 카야가 이 무렵에 차세대 유망주 배우로 상당한 주목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후에 그녀는 2018년에 ‘치하야후루 무스비’, 2019년에 ‘사랑노래 ~약속의 나쿠히토~’라는 영화에 출연합니다. ‘치하야후루 무스비’는 3부작으로 만들어진 치하야후루 실사 영화의 마지막 편인데 아직도 연재 중인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는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하기에 오리지널 스토리를 적용해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리고 키요하라 카야는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도 굉장히 매력 있고 흥미롭습니다. 남자 주인공 아라타를 짝사랑하는 여자 후배 역할이라 여자 주인공 치하야에 대한 경쟁심을 드러내는 캐릭터인데요. 그런데 주인공 치하야를 연기한 배우가 일본 최고의 여배우인 히로세 스즈입니다. 치하야후루는 단연 히로세 스즈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을만한 작품인데 여기서도 키요하라 카야는 뭔가 ‘후배’이자 선대의 강자에게 도전하는 듯한 구도의 캐릭터성을 보여줘서 기존 대세 여배우의 뒤를 잇는 여배우라는 이미지를 더욱 굳히게 되었습니다.
‘사랑노래 ~약속의 나쿠히토~’는 키요하라 카야가 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인공다운 캐릭터를 연기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 다운 캐릭터’라고 한 것은 이 작품의 중반까지는 또 다른 여배우(나루미 리코)가 등장해 페이크 주인공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중반까지 전개된 후에야 키요하라 카야가 진 히로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죠. 이 점은 ‘3월의 라이온’과도 닮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키요하라 카야는 투병 중인 소녀로 등장하는데 파격적인 대머리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물론 실제로 머리를 민 게 아니고 분장일 테지만 꽤 놀라운 장면이긴 했습니다. 영화는 꽤 볼만한 완성도이고 키요하라 카야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뭔가 확실하게 대세 반열에 오를 만한 대표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임팩트가 약한 영화입니다.
사실 키요하라 카야가 영화 쪽 커리어로는 확실하게 주연으로서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작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차세대 대세 여배우로 주목받은 이후로 영화보다는 드라마 쪽에서 기회를 많이 잡은 편입니다.
2019년에 히로세 스즈 주연의 NHK 아침 드라마인 ‘나츠조라’에서 히로세 스즈의 동생 역으로 비중 있게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대세 여배우로서의 행보에 들어갔고 2021년에는 드디어 NHK 아침드라마 ‘어서와 모네’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NHK 아침드라마 주인공은 대세 여배우의 ‘왕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서와 모네가 방영된 2021년을 기점으로 이제 키요하라 카야도 유망주의 단계를 벗어나 완전한 대세 여배우로서의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밖에도 넷플릭스의 ‘우주를 누비는 쏙독새’ 같은 드라마 대표작은 몇 편 더 있는데 앞에서 말한 대로 드라마에 비해 영화 쪽 커리어는 여전히 아쉽습니다. 뭔가 출연한 영화들은 많은데 대부분 그다지 유명하지 않거나 성공작이 아니라서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키요하라 카야가 출연한 영화를 제가 한국 극장에서 본 건 2021년에 개봉한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가 유일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도 주연은 고사하고 조연조차도 아닌 잠깐 등장하는 카메오 수준의 출연이었어요. 마치 초창기 커리어인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유리고코로’에서의 등장 장면처럼 말이죠.
이 영화에 키요하라 카야는 두 남녀 주인공(스다 마사키와 아리무라 카스미)이 카페에서 이별하는 순간에 과거 자신들이 처음 사귀게 된 시점을 연상케 하는 어린 커플의 모습을 보게 되는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이 장면에서 키요하라 카야는 과거의 아리무라 카스미와 같은 카페 좌석에 앉아서 비슷한 옷차림과 이미지로 비슷한 대사를 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게 완전히 아리무라 카스미에게 ‘Succeeding You’라고 선언하는 것 같은 장면이 되어버렸습니다. 30대가 다가온 아리무라 카스미는 좀 더 성숙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어린 청춘 대세 여배우의 자리는 키요하라 카야에게 물려주게 되는 그림이었죠.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지만 키요하라 카야가 영화에서 이런 역할로 등장하는 것은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가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이제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유망주를 벗어난 진짜 대세 여배우의 길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거든요. 저 개인적으로는 키요하라 카야가 하마베 미나미와 동급 혹은 뛰어넘을 수도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2살 차이가 난다고 해도 하마베 미나미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히트작을 배출한 후 영화에서도 그동안 수많은 화제작과 흥행작으로 눈부신 커리어를 쌓아 올린 것과 비교하면 키요하라 카야의 영화 쪽 커리어는 너무 지지부진한 느낌입니다.
저는 드라마보다는 영화 위주로 보기 때문에 어서 빨리 ‘3월의 라이온’을 뛰어넘는 키요하라 카야의 영화 대표작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배우도 그렇고 어느 분야에서든(특히 스포츠) 유망주 시절에 보여준 포텐에 비해 크게 성장하지 못한 케이스는 넘쳐나는데 키요하라 카야가 그 사례 중 하나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요시타카 유리코, 고마츠 나나, 아리무라 카스미, 히로세 스즈 같은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의 뒤를 잇는 당당한 대세 여배우로서의 모습을 키요하라 카야가 늦지 않게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그녀가 매력적인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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