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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 아아 이것은 '무협영화'라는 것이다 (쿠키 2개)

by 대서즐라 2021.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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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대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한 마디로 대중문화 프렌차이즈 산업 콘텐츠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영화라는 분야가 각종의 대중문화와 서브컬처 콘텐츠 제작 산업의 종점이긴 합니다. 히트한 만화, 소설, 게임, 연극까지 죄다 마지막에 가서는 영화로 만들어지니까요. MCU는 물론 ‘코믹스 원작’이라는 정체성이 메인이기는 하지만 영화라는 거대한 산업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우리가 다양한 매체들로 접해온 아이템과 아이디어, 소재와 장르들이 대통합의 경지로 도달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소 과장하자면, MCU에는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거의 다. 액션, 로맨스, 판타지, 마법, 미스터리, 역사, 스페이스 오페라까지... 그리고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와서는 드디어 무협영화라는 장르까지 흡수해 버렸습니다.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 포스터


(이 글에는 본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협영화를 추억하다

 

좋은 시절이었죠. 무협영화의 전성시대. 뭐 아주 옛날까지 거슬러 가면 부르스 리나 아니면 그 후 세대인 성룡의 취권 정도까지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오랜 관점이 아닌 기준으로 본다면 신용문객잔과 동방불패가 나왔던 90년대 초부터 와호장룡과 장이모의 무협영화들이 나왔던 2000년대 초중반까지의 시기를 무협영화의 전성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이 시절 무협영화들을 추억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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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양조위와 양자경이 나온다는 것부터가 뭐..... 1회성 메인 빌런으로 거물급 배우를 기용하는 것은 마블의 전통 중 하나죠. 그런 거물급 배우로서 양조위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이 영화는 다른 마블 작품들에 비해서 메인 빌런의 출연 비중이 상당히 큰데, 양조위라는 최고의 배우가 주인공 시무 리우와 더불어 가장 비중 있는 역할로 영화에 많이 등장하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영화의 급이 상당히 올라가는 느낌이더군요. 그리고 또 다른 거물 배우인 양자경이 나오는 모든 장면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무협영화 중 하나인 ‘와호장룡’의 오마주 같았고요.

와호장룡 양자경
와호장룡


후반부에 양자경이 등장하고 부터는 정통 무협영화 느낌이었지만 그전에 현대적 배경의 무협 액션 장면들이 나올 때는 2000년대 중반에 나온 견자단 영화들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살파랑이나 도화선 같은 영화들. 사실 액션 장면의 박진감을 따지면 이 무렵의 견자단 영화들이 이전 시대의 무협 영화들을 어느 정도는 압도합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도 후반부 액션 장면들 보다는 초중반 현대적 배경의 액션들이 더 재미있고요. 제일 재미있는 액션 장면이 가장 처음에 나온 버스 액션씬이었다는 건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를 할 겁니다.

도화선 견자단
도화선


그런데 이런 비슷한 느낌의 맨몸 격투 액션은 MCU의 기존 영화들에서 자주 등장하긴 했습니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 단독 영화에서 자주 나왔죠. 결국 중국 무술도 격투기의 일종이고, 맨몸 격투기 액션이 벌어지는 영화들과 무협영화는 액션의 본질에서 큰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뭐랄까.. 진짜 본격적으로 무협 느낌을 내려는 ‘의도’가 작용하게 되니 확실히 차이는 있더군요. 이 차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는 다를 겁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격투기 액션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긴 할 테지만... 아무튼 저는 확실히 큰 차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더 절도가 있고, 더 멋있고, 더 강한 느낌입니다. 액션 장면에서 이런 느낌이 나는 것은 MCU의 신참으로서 샹치라는 캐릭터에게는 매우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엔드게임 같은 빅 이벤트가 또 벌어졌을 때 어벤져스의 일원으로서 샹치가 외계인이나 로봇 같은 빌런들을 무협 액션으로 현란하게 때려 부수는 장면들이 벌써부터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샹치 액션




캐릭터의 매력은?


네, 샹치라는 캐릭터! 내용이고 뭐고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MCU 신참 히어로의 단독 영화니까 바로 이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이 어떠했는가가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일 겁니다. 앞 문단에서 이미 밝혔듯이 저는 기본적으로 액션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능력이나 캐릭터 컨셉도 괜찮은 것 같아요. 네, 다 좋습니다, 다 좋은데, 다 좋은데, 그런데...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배우의 외모가 그다지 매력이 없습니다. 사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대해서... 개봉 전부터 ‘역대 마블 영화 중 가장 보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영화’라는 반응이 많았는데요. 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포스터에 떡 하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주인공의 외모가 별로 안 끌렸기 때문입니다. 미남도 아니고, 히어로 느낌도 별로 없는 동네 아저씨 같아서...

주인공 시무 리우


사실 MCU의 첫 영화인 ‘아이언맨’이 나올 때도 말이죠... 당시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지금과 비교해서 인지도가 정말 없었거든요. 그래서 포스터에 박혀 있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모습을 보고 ‘히어로 영화인데 웬 수염 난 아저씨가 주인공이지?’ 라는 반응이 좀 있었어요. 제 주변 여자 사람 지인들도 대부분 그런 반응이었습니다.(그때 다들 나이도 어렸기에)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죠. 포스터의 그 수염 난 아저씨가 어쩜 그렇게 매력적인지~ 이런 반응으로.

 

그런데 샹치는 절대로 로다주 같은 반응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느낌도 포스터의 느낌과 똑같더군요. 아니 포스터는 어느 정도 보정이 되어 있어서인지 그나마 양호한 거였더란... 물론 그렇다고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거나 재미를 떨어뜨리는 정도는 아닙니다. 내용도 재미있고 액션도 재미있고, 주인공 외모를 ‘신경 안 쓰고’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다만 주인공의 외모까지 정말 잘생기거나 멋있었다면 지금 이 영화의 재미에서 ‘주인공 외모를 보는 재미’까지 추가가 되었겠죠. 물론 그 역할은 빌런인 양조위가 대신해주고 있긴 합니다만...

빌런 양조위


그러고 보니 예전에- 서양 RPG 게임과 동양 RPG 게임의 차이 라고 하면서 커뮤니티에 떠돌던 유머 이미지가 있었는데요. 그 내용 중 하나가 서양 RPG는 보스 빌런이 괴물인데 동양 RPG는 보스 빌런이 미남자더라.. 라는 내용이었죠. 샹치가 동양 히어로라서 빌런이 미남인 겁니까! 그런데 왜 주인공은 미남이 아닌 건데. 아무리 봐도 이건 히어로 영화 주인공이 아니라 말년에 메이저 리그 도전하러 온 아시아 야구 선수 아재 느낌이잖아요.

 

주인공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진짜 아빠랑 엄마랑 이모는 다 잘생기고 예쁜데 그 자식 세대들은 왜 이런 겁니까. 이 젊은 세대의 캐릭터들로 주인공 ‘샹치’가 나오고, 여자 사람 친구(사실상 히로인 역할)인 ‘케이티’가 나오고 또 여동생인 ‘샤링’이 있습니다. 이 3인방이 전부 외모가 비슷한 느낌이에요.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과 히로인과 주인공 여동생 캐릭터라는 느낌이 아닙니다. 솔직히 처음에 샹치랑 케이티가 술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노는 장면에서는 약간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 이민자의 삶의 애환을 그리는 인디 영화 같았어요. 화려한 히어로 액션 영화의 남녀 주인공이 아니라 삶과 세월의 애환에 찌든 인디 영화의 주인공 느낌. 

여주인공 아콰피나


과거 장면이 나오면서 주인공 엄마와 아빠가 처음 만난 연도가 1996년인가로 나올 때 살짝 당황했습니다. 그때 만나고 이후 결혼해서 애들 낳은 시점을 생각하면... 주인공은 출생 연도가 1997~98년 정도고 여동생은 1999년이나 2000년. 케이티도 대충 90년대 후반생이겠죠. 캐릭터의 나이가 이런데 배우들은 세 명 모두 1987~89년 사이가 출생연도입니다. 뭐 30대 배우가 고등학생 정도 연기를 하는 경우도 흔하긴 한데요. 그런데 그런 경우도 대체로 나이보다 어려 보여서 진짜 고등학생 느낌이 나는 배우들이 하는 거지... 이 영화의 세 배우는 정말 딱 자기 나이 그대로의 외모로 보입니다. 아니, 주인공 시무 리우는 그보다 더 들어 보여요. 그런데 영화 속 캐릭터의 나이는 20대 초반이라니...

 

이 정도만 해야겠네요... 배우들 외모 얘기로만 너무 길게 불평을 늘어놓은 거 같아요.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영화의 재미에 결코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보다 보니 괜찮아지긴 해요. 시무 리우도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으로 점점 친근하게 다가오고(이게 칭찬인가?) 여주인공 아콰피나는 가끔씩 ‘어라? 이 녀석, 자세히 보니 귀여운 것 같기도...’ 라는 생각도 들거든요.(7의 여자?) 

7의 여자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외모 얘기는 진짜 끝. 그런데 할 얘기가 없네. 영화는 재미있어요. 무협영화 보는 기분으로 액션이 정말 좋았고, 마지막에 동양 용이 등장한 것도 좋았습니다. 할리우드 대작 영화에는 서양 스타일의 용만 대부분 나왔었잖아요? 동양 스타일의 용도 이렇게 멋지고 폼 난다고! 다만, 뭔가 비늘이나 질척거리는 수중 생물 느낌이 너무 나다 보니 가끔 거대 돌연변이 미꾸라지 같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요...

 

그런데 후반부 판타지 괴수물 스러운 전개는 좀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텐링즈라는 조직에 대해서도.. 결국 얘네는 뭐 하는 애들인지 모르겠어요. 천년 동안 존재하면서 뭐 엄청난 짓들을 많이 해왔다고 하는데... MCU의 첫 영화인 아이언맨 1편 때부터 텐링즈 라는 조직에 대한 떡밥은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전설의 조직이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는데 영 내용이 부실하다고나 할까... 이러고는 내용 대충 진행하다가 빌런에서 얼렁뚱땅 선역으로 합류하는 것도 좀 어색했고요.

텐링즈


그리고 아이템 텐링즈의 힘도 애매합니다. 결국 텐링즈의 힘으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존재인 최종 보스몹을 쓰러뜨렸으니 대단한 템 같기는 한데... 뭔가 확 이렇게 체감되는 느낌이 약하다고 해야 하나? 사실 이 아이템의 위력이 샹치라는 히어로 캐릭터의 위력이기도 할 텐데 나중에 어벤져스 같은 팀업 무비에 등장할 때 샹치가 어느 정도 클래스의 활약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텐링즈의 포텐이 제대로 터지면 어벤져스 중에서도 취상급 전투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아쉬운 점들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저는 확실히 이 영화가 재미있었습니다. 뭐 마블 작품은 이제 영화와 드라마까지도 전부 재미와 완성도가 안정적인 상향평준화를 이루었다는 느낌입니다. 멋지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 재미있는 유머까지. 늘 믿고 보는 마블 작품의 명성을 이 작품도 그대로 이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마블 히어로 샹치




쿠키 영상은 2개


영화가 끝나고 2개의 쿠키가 나옵니다. 크레딧 중간에 하나와 크레딧이 끝난 후에 하나가 있습니다. 두 번째 쿠키부터 먼저 설명하자면 죽은 아버지(양조위)를 대신해 샹치의 여동생 샤링이 텐링즈의 두목(?)이 되었고, 기존에 남자 요원들 뿐이었던 조직이 여자반 남자반으로 양성평등(?)을 이루게 된 상황을 보여주며 끝납니다. 끝에 ‘텐링즈는 다시 돌아온다’라는 문구가 뜨는데 속편에 대한 예고임과 동시에 결국 텐링즈도 어벤져스(샹치가 아마 어벤져스의 멤버가 될 테니)의 조력자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크레딧 중간에 나오는 첫번째 쿠키가 좀 더 흥미롭고 반가운데 무려 2명의 어벤져스 멤버가 등장합니다. 바로 캐럴 댄버스(캡틴 마블)와 브루스 배너(헐크)입니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이 좀 놀라운데 일단 엔드게임에서 숏컷으로 등장했던 캡틴 마블이 다시 머리를 길렀습니다! 사실 숏컷이 꽤 어울렸던 데다(강해보기도 하고) 계속 ‘페미 대장’ 같은 컨셉으로 밀고 나갈 줄 알았는데 머리를 다시 기를 거라고는 예상을 못 했어서 좀 놀라기는 했습니다. 역시 긴 머리도 잘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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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브루스 배너 또한 엔드게임의 모습에서 변화가 있습니다. 프로패서 헐크의 모습이 풀리고 다시 인간 배너의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여전히 팔에 깁스 같은 걸 하고 있습니다? 캡틴 마블이 머리가 자란 걸 보면 토니의 장례식 이후 몇 개월 혹은 1년 이상 지났는데 여전히 팔이 낫지 않은 상태인 건가... 핑거 스냅의 후유증으로 한쪽 팔을 영영 못쓰게 된 걸까요? 향후 배너가 어떤 상태로 등장할지 궁금하네요.

 

아무튼 이 두 어벤져스 멤버가 화상통신으로 등장하고 웡, 샹치, 케이티가 함께 텐링즈(아이템)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함께 노래방에 가서 호텔 캘리포니아(지금 이 노래를 들으면서 포스팅을 쓰고 있습니다)를 열창하는 것이 첫 번째 쿠키의 내용입니다. 결국 웡이 연결고리가 되어 샹치와 케이티를 어벤져스로 끌어들인 내용이라고 봐야겠죠. 케이티가 활을 배우기는 했는데 어느 정도 클래스까지 능력치를 키울지 궁금하네요. 사실 활 쏘는 여자 캐릭터는 호크아이의 후계자인 ‘케이트 비숍’이라는 캐릭터가 곧 호크아이 드라마에서 데뷔할 예정이고 이 쪽은 배우가 무려 헤일리 스타인펠드 거든요. 그러고 보니 캐릭터 이름까지 비슷하네요. 케이티와 케이트. 나중에 팀업 무비에서 만나서 서로 캐릭터 겹치잖아! 하면서 라노벨 풍으로 싸우는 상황은... 아마 안 나오겠지만 어쨌든 둘이 만나는 건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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