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을 쓰기 직전에 나무위키에 ‘마동석’을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자동 완성으로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항목이 뜨길래요. 그런데 이걸 눌러보니 ‘범죄도시 시리즈’로 연결되더군요. 실제로 마동석 세계관이라는 의미의 MCU는 (아직은)존재하지 않는 개념이고 장난스럽게 사용하는 표현일 테지만, 그래도 뭔가 이런 말이 등장하고 있다는 자체가 현재 대한민국 영화계는 마동석의 천하구나 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하나의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마동석 천하. 마동석은 천만 관객 히트작에도 여러 편 출연했고 수년 전부터 한국에서 가장 많이 영화를 찍고 있는 대세 배우입니다. 이제 완벽하게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범죄도시 시리즈까지 천만 히트작의 반열에 올려놓았으니 슬슬 조심스럽게 ‘마동석 원탑론’이 등장해도 이상한 상황이 아닙니다.
마동석 같은 타입의 배우가 한국 영화계에서 정점을 찍은 적이 있었을까요? 세밀하게 한국 영화계 역사를 모두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할리우드 영화계를 보더라도 이건 마찬가지일 겁니다. 딱히 미남 스타일도 아닌(지금보다 살을 뺀다면 사람에 따라서는 잘생겼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른바 ‘근육 돼지’ 스타일의 험상궂은 인상의 액션 배우. 이런 배우가 영화계 정점으로 오른다는 것은 확실히 범상치 않은 일이죠.
사실 비슷하다고 할만한 사례가 없지는 않습니다. 당장 지금도 할리우드의 드웨인 존슨이 거의 최고 몸값을 받는 배우로 대활약 중이고요. 더 과거로 가면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있고, 우람한 벌크업 타입은 아니지만 근육질 액션 배우로 맹활약했던 브루스 리도 있죠. 그리고 홍콩 영화 전성기 시절에는 성룡, 이연걸 같은 액션 전문 배우들이 정점에서 활약했고요.
하지만 언급한 이런 배우들은 마동석과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동양인인 브루스 리나 성룡, 이연걸의 경우 물론 고난이도 액션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탄탄한 피지컬과 운동 능력을 갖춘 배우들이기는 했지만 옷을 모두 갖춰 입은 외형만 보면 다른 주연급 남자 배우들과 큰 차이는 없는 비주얼이었죠. 날씬한 체형에 잘생긴 외모.
할리우드의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드웨인 존슨은 우락부락한 근육 괴물 피지컬이 마동석과 닮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들도 사실 보디빌더 타입의 피지컬로 마동석의 근육 돼지 스타일과는 다소 차이가 있죠. 그리고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는 늘 총이 등장하기 때문에 정작 근육질 배우들의 근력 활약은 생각보다 잘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드웨인 존슨의 출연작들은 엄청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영화는 거의 없어요. 어린이들의 영웅! 같은 느낌이랄까.
그야말로 엄청 생생하고 자비 없는 ‘어른의 폭력’을 전면에 내세운 스타일로 영화계의 톱으로 올라선 배우는 마동석 외에는 찾기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없다고 단언하지는 않겠지만, 과거, 현재, 미래를 다 포함해도 매우매우 드문 케이스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개성은 그 자체로 한국 영화의 개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다양한 한국 영화들도 세계에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박찬욱 영화들과 추격자, 악마를 보았다 같은 영화들이 딱 해외에서 가지는 ‘한국 영화’의 대표적인 이미지였습니다. 사실 이 대표적인 이미지는 지금도 어느 정도는 유지되고 있을 겁니다.
확실히 한국 영화만의 가장 강렬한 개성이 드러나는 장르는 ‘폭력’이 메인이 되는 장르입니다. 대체로 잔인한 범죄물이 많지만 액션 장르 또한 점점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죠.
현실적인 소재와 내용을 다루는 한국 영화에서는 총기 액션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주먹질이나 연장 액션이 주를 이루는데, 이런 폭력이 살상력은 총기보다 떨어지지만 폭력성과 자극성은 월등히 높아서 대중 매체에서 적절한 수위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 영화계에서는 회칼로 배빵(?) 수십 번을 놓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개봉 당시 역대 흥행 1위를 먹었고(2001년 영화 ‘친구’) 그 후에도 조폭 영화가 대세가 되면서 그야말로 현대식 냉병기(?) 액션의 특화된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이 정도로 총이 아닌 주먹질과 금속 연장을 사용하는 액션을 살벌하고 리얼하게 표현하는 영화는 한국 영화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 겁니다. 해외 영화 중에서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갱스터 영화 ‘이스턴 프라미스’의 샤워장 알몸 격투씬이 유명하고, 가렛 에반스의 ‘레이드’ 시리즈에서도 총기와 마샬 아츠 위주의 액션 속에서도 연장을 사용하는 장면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한국 영화보다는 생생한 느낌(현실성)이 조금 덜하죠.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크로넨버그나 에반스의 영화가 훨씬 잔인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뭔가 한국 영화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한 자극성이란 게 있어요. 단순히 표현 수위나 장면만 놓고 따질 게 아니라 영화의 텍스트에서부터 전반적인 정서가 아찔한 현실성을 느끼게 하는 특유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사실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늘 이런 콘텐츠를 접하고 있는 한국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죠. 한국 영화가 해외의 영화와 어떻게 다른지. 이번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 2’를 보면서 해외에서 이런 영화는 못 만들거야, 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을 겁니다.
그리고 마동석 같은 타입의 최정상급 배우도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 영화계에서도 과거에 이런 타입의 정상급 배우는 없었습니다. 좀 희한하기도 한 것이 조폭 영화가 그렇게 많이 만들어지던 시대에도 조폭 역할이나 이런 살벌한 액션 연기에 특화되었다고는 느낌을 주는 배우는 딱히 없었습니다. 정상급 주연 배우 중에서는요.
그런데 저는 마동석 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특별한 강점은 우람한 피지컬 보다는 그의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길에서 마주치면 눈 깔고 지나가야할 것 같은 엄청 험상궂은 외모인데도 의외로 선한 주인공 역할도 잘 어울립니다. 선과 악을 오가는 마동석의 이중적인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난 대표작이라면 역시 강풀 웹툰 원작의 스릴러 영화 ‘이웃사람’입니다. 이 영화에서 안혁모라는 캐릭터의 입체성은 마동석이 연기를 했기에 완벽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중적인 캐릭터성을 아예 주인공으로 내세운 ‘악인전’ 같은 영화도 마동석에게 완전히 특화된 내용과 캐릭터였다고 할 수 있고요.
그런데 마동석에 대한 포스팅을 쓰고 있지만 생각보다 제가 마동석이 나온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 출연작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네요. 이 모든 영화를 다 본 건 아니지만 포스터와 시놉시스만 봐도 대부분 비슷비슷한 역할인데, 보통 이쯤되면 이미지 소모라는 말이 나올 법한데 아직은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네요. 이것만 봐도 마동석은 매우 유니크한 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이미지 소모 라는 말이 없이 계속 지금처럼 이런 영화들을 찍어나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이터널스에 출연하면서 MCU에 진출한 것과 범죄도시 시리즈를 천만 프랜차이즈로 올려놓은 것으로 마동석 배우 인생의 새로운 막이 시작된 느낌입니다. 범죄도시를 8편까지 구상했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계획을 말하고 보니 적어도 범죄도시 8편이 나오기 전까지는 마동석의 전성기는 꺾이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도 듭니다.
범죄도시를 8편까지 만든다면 분노의 질주 시리즈처럼 되지 않을까
저는 MCU에서도 마동석을 계속 데리고 갈 것 같아요. 이터널스 내용을 보면 마동석이 연기한 길가메시가 후속작에 더이상 출연하지 않을 것 같은 전개가 나왔지만, 사실 이터널스라는 존재는 평범한 생명체가 아니라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무슨 공산품 찍어내듯이 뚝딱 창조해낸 존재이기 때문에 에반게리온에서 새로운 ‘레이’가 계속 등장하는 것처럼 똑같이 마동석이 연기하는 새로운 길가메시가 등장하는 것도 전혀 무리수가 아니거든요. 아니면 멀티버스에서 데려올 수도 있고요.
그 전에도 최정상 배우였지만 범죄도시 2를 기점으로 마동석의 위상은 더욱 급상승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문화의 파워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지금 시대에 한국영화계의 정점에 선 (영어가 유창한)액션 배우라면 그 자체로 이미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기반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CU뿐 아니라 앞으로 마동석이 또 다른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앞으로 나올 범죄도시 시리즈의 후속작들이죠. 단순하게 낙관적인 예상을 하자면 8편까지 나올 시리즈의 모든 작품들이 전부 천만 관객 히트를 하면 마동석은 그야말로 한국 영화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우는 배우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계획대로 8편까지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고 흥행 성적도 단순하게 예상할 수는 없지만, 이 시리즈는 마동석이 연기한 형사 ‘마석도’의 강렬한 캐릭터성 하나로 밀고 나가는 시리즈라서 기존의 한국 프랜차이즈 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안정감과 (재미에 대한)신뢰성이 있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8편까지 성공적으로 제작되어 할리우드의 ‘분노의 질주’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비견되는, 한국형 상업영화 대작 프랜차이즈의 대표작으로 우뚝 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사실이 있는데 한국 영화의 개성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마동석이 정작 국적은 한국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교포로, 현재 국적은 미국이죠. 한국인 마동석이 아니라 Don Lee라는 이름의 외국인인 것입니다. 현재 한국 연예계에는 미국 등 해외 국적인 상태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외국인들이 상당수있는데, 이들을 검머외라고 부르며 싫어하는 대중들도 꽤 있습니다. 아마 이런 이유로 마동석을 한국영화계의 최정상 배우라고 표현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이런 부분들은 단순하게 판단 내리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한국계조차 아닌 그냥 쌩 외국인인 멤버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인 케이팝 아이돌 그룹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현실이니까요. 그리고 외국인 감독이 만든 한국 영화 ‘브로커’는 칸 영화제에서 상도 받았습니다. 외국의 재능 있는 인재들이 한국으로 몰려드는 것 자체는 부정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만한 현상인데, 한국계 외국인에 대해서만 (한국 국적을 버린)‘배신자’ 프레임으로 나쁘게 보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국적은 미국이지만 마동석은 확실히 현재 한국영화계의 정점 혹은 그 근처에 확실하게 자리잡은 배우이고, 범죄도시 2의 천만 관객과 함께 그의 전성기는 새로운 페이즈로 도약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대단했지만 앞으로 더욱 더 대단한 것을 보여줄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 현재의 어마어마한 기세와 잠재력으로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 업적과 성과를 만들어낼지, 앞으로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마동석의 활약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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