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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영화사이

[만화와 영화 사이] 그랑블루 (이노우에 켄지, 요시오카 키미타케 원작)

by 대서즐라 2022.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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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서 개그는 필수요소라고도 합니다. 정말 심각하거나 살벌하고 암울한 내용의 만화가 아니라면 어떤 장르의 만화에도 개그 장면은 대부분 들어가 있습니다. 사실 만화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다 그렇습니다. 그걸 넘어서 일상생활에서도 사람들은 언제나 유머와 익살을 추구하죠. 개그는 만화뿐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에도 필수요소이기도한 것 같습니다.

 

그랑블루-영화-포스터

 

그런데 의외로 좋은 개그 만화는 찾기 힘듭니다. 애초에 그저 개그만을 추구하는 만화 자체가 너무 드물어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결코 식탁 위의 메인이 될 수 없는 인기 밑반찬처럼. 만화계에서 개그란 결국 그런 운명인가요.

 

‘그랑블루’는 스쿠버 다이빙을 소재로 한 스포츠 청춘 만화입니다. 그리고 개그 만화이기도 합니다. 이런 장르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 짓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개그 만화라고 하더라도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별도의 소재가 있는 경우는 많습니다. ‘괴짜 가족’처럼 특별한 소재가 없이 그저 일상을 개그로 그리는 만화도 있기는 하지만, 이런 만화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습니다.

 

그랑블루가 선택한 스쿠버 다이빙이라는 소재는 꽤나 마니악하고 전문적인 소재입니다. 이 소재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대중문화 창작물은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랑블루는 이 소재를 결코 가볍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꽤나 진지하게 다이빙이라는 스포츠를 파고드는 내용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랑블루-만화책-표지

 

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다이빙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개그입니다. 저는 개그 만화라는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딱히 비중이나 분량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 만화는 한 마디로 ‘개그에 진심’입니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어떻게든 방청객과 시청자들을 빵빵 터트리게 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피나는 고민과 연구, 연습을 합니다. 그야말로 웃기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죠. 개그 만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개그 장면들에서 ‘필사적으로 웃기려는’ 창작자의 태도가 느껴진다면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이든 간에 그 만화의 정체성은 개그 만화인 겁니다. 진심으로 웃기려고 작정했구나, 싶은 장면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만화. 그랑블루가 개그 만화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그랑블루를 최고의 개그 만화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웃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은 하는데, 타율이 아주 높지는 않습니다. 빵 터지는 장면은 거의 없고, 소소하게 피식거리는 정도가 대부분이에요. 사실 제가 살면서 읽은 만화 중에서 정말 크게 빵 터져서 배를 잡고 웃은 만화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됩니다. 생각보다 만화로 큰 웃음을 주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도 소소하게 피식거리는 재미는 있고 애초에 이 정도로 진심으로 웃기려고 노력하는 만화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저는 그랑블루라는 만화를 꽤 좋아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 만화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만화의 배경이 ‘대학 서클’이라는 점입니다.

 

그랑블루-애니메이션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등장하는 만화는 차고 넘치게 많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대학생이 등장하는 만화는 너무 없더라고요. 일본의 창작물에는 중고등학교가 배경인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고 생각합니다. 만화뿐 아니라 소설이나 영화까지 다 그래요. 저는 중고등학생보다는 성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을 좀 더 선호합니다. 그중에서도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상당히 좋아해요.

 

그런데 대학생이 등장하는 좋은 작품이 너무 없습니다. 그나마 ‘현시연’과 ‘허니와 클로버’ 정도... 현시연은 저의 인생 만화 중 하나인데, 만화를 자주 실사화하는 일본에서 왜 현시연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영화는 좀 무리일 거 같고 드라마로 만든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무튼 대학생이 등장하는 (대체로 밝은 분위기의)청춘 만화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그랑블루도 마음에 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현시연과 허니와 클로버만큼 좋아하지는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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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면 그랑블루라는 만화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살짝 어중간한 마음입니다. 개그만화로서도, 대학생 청춘 만화로서도 뭔가 조금씩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런 만화가 워낙 없으니 귀하게 여기고 애정 하는 수밖에 다른 선택지는 없겠죠.

 

영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대학생 남녀의 청춘 스토리라면 영화로 아주 볼만한 장면들이 나올 거라고 기대할 수 있겠지만, 사실 원작 만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볼만한 장면은 고사하고 안구 테러 수준의 괴상망측한 장면들만 넘쳐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죠. 이 작품은 그야말로 살 색의 향연! 살 색은 살 색인데... 대부분이 남정네들이라서 문제입니다.

 

남자-술파티-알몸쇼

 

솔직히 원작 만화를 보면서도, 웃기려고 필사적으로 노력은 하는데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느낀 것이 바로 이 남정네들의 알몸쇼입니다. 뭔가 모르게 남자들이 벗는다고 하면 웃기긴 하죠.(여자의 경우는 전혀 안 그렇지만요.)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알몸쇼를 너무 과하게 남발하고 현실성도 떨어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애초에 개그 만화에서 현실성은 찾는 게 아니긴 하지만요. 그래도 술만 마시면 일단 벗고 보는 게 어디의 대학 문화인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보통 팬티 정도는 남기잖아요?

 

동아리에 여자 부원들도 있는데, 이 여성들이 온통 덜렁거리는 고추들 사이에서 별 관심 없이 술 마시고 있는 그림도 참 묘합니다. 웃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뭔가 괴상하고 무리수 개그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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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알몸쇼’는 그랑블루라는 작품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영화에서도 정말 엄청나게 많이 나옵니다. 만화보다 더 합니다. 감독이 그랑블루는 알몸쇼가 메인이다! 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아주 그냥 팍팍 밀어줍니다.

 

두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들이 대단한 열연을 합니다. 이오리 역의 류세이 료. 이마무라 역의 이누카이 아츠히로. 캐스팅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개그 만화의 주인공 캐릭터는 보통 생긴 것부터가 웃기게 생긴 경우가 있고(못생김) 생긴 건 멀쩡한데 하는 짓이 바보인 경우가 있습니다. 의외로 후자 쪽이 주류입니다. 멀쩡하게 생긴 캐릭터를 망가지게 하는 걸로 꽤 좋은 개그 타율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랑블루도 당연히 후자의 케이스입니다.

 

이오리와-이마무라

 

원작 만화 설정상 이오리는 못생긴 건 아니지만 미남도 아니고, 이마무라는 미남입니다. 딱 그런 느낌이 나도록 영화에서 배우를 절묘하게 캐스팅을 잘했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이오리 역의 류세이 료도 조금만 방심하면(?) 미남처럼 보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바보 개그 캐릭터처럼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역시 하이라이트는 이 두 배우의 알몸쇼입니다. 그런데 실제 알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 벗은 상태에서 손으로 중요 부위만 가리고 있는 모습이 수도 없이 등장하는데, 손으로 어설프게 가리고 있어서 보일락 말락 한 순간에도 절대 위험한 부위가 아주 조금의 일부라도 노출되지 않거든요. 아마 실제로는 뭔가를 입고 촬영을 한 후 CG로 알몸으로 만든 것이겠죠. 이게 베드신처럼 은밀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노출 연기가 아니라 백주대낮에 학생들로 가득 찬 교정을 배경으로 알몸으로 뛰어다니는 장면을 찍는데 정말 다 벗고 찍었을 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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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배우들이 훌륭한 열연을 보여주지만, 이 알몸쇼 자체가 아주 재미있느냐 는 원작 만화와 마찬가지로 조금 어중간합니다. 웃기긴 하는데, 역시 조금 무리수라는 생각도 들고 남정네들이 다 벗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가히 아름답지도 않으니까요.

 

사실 남정네들의 알몸쇼만이 전부라면 이 작품은 도저히 재미있게 볼 수가 없을 겁니다. 애초에 원작 만화도 남성향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여자 캐릭터들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오리-치사-이마무라

 

이 작품에 비중 있는 레귤러 여자 캐릭터는 네 명입니다. 저는 솔직히 영화의 분량상 한 두 명 정도는 빼먹을 거라 예상했는데요. 예상과 달리 네 명이 전부 나와서 그 점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여자 캐릭터들도 원작과 싱크로가 좋은 배우들로 캐스팅을 했습니다. 다만 아이나 역만은 원작과 상당히 이미지가 다른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아이나 역의 배우가 영화에서 멋진 비키니 몸매를 뽐내는 장면이 있는데, 원작의 아이나는 이런 그라비아 모델 느낌의 체형과는 거리가 멀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라비아 모델 출신의 이시카와 렌이 연기해서 멋진 비키니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이 아주 결정적인 개그 장면과 이어지기 때문에 은근히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오로지 이 장면만을 위해서 몸매가 좋은 이시카와 렌을 캐스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주인공인 치사 역은 노기자카 46 소속의 아이돌인 요다 유우키가 연기했습니다. 원작 캐릭터처럼 별다른 노출도 없고 그냥 평범하게 귀여운 여주인공 역을 무난하게 소화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이시카와 렌이나 오구라 유카 같은 그라비아 출신 배우들이 몸매 자랑을 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확실히 치사 같은 어중간한 여주인공 캐릭터에게는 눈길이 적게 갑니다. 거기에 치사의 언니인 나나코 역의 배우는 아리스 인 보더랜드에서 비키니 액션 장면을 멋지게 선보였던 아사히나 아야였습니다. 전체적으로 확실히 남성향 작품의 취지에 맞는 여배우 캐스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네 명의 여배우들 모두 구글링을 해보면 훌륭한(?) 사진들이 정말 많이 나오더군요.

 

여자-등장인물들

 

결국 남자 배우들의 알몸쇼로 (웃기지만)눈 테러를 당하고, 그다음 여자 배우들의 수영복 장면으로 눈의 대미지를 회복하는 패턴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물론 남자들 알몸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밸런스가 맞지는 않지만요. 그런데 원작을 생각하면 영화를 이렇게 만드는 게 정상이긴 하죠.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이 영화의 소재는 스쿠버 다이빙입니다.

 

스쿠버 다이빙 장면에서 수중 장면들이 정말 아름답고 멋집니다. 좋은 날씨에 좋은 자연... 아주 멋진 영상을 훌륭하게 잘 담아냈습니다. 볼거리 면에서는 확실히 괜찮은 만족도를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 만화가 거의 일상물에 가깝고 큰 스토리의 진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영화의 스토리도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원작에는 없는 오리지널 전개이지만 딱히 대단한 내용도 아닙니다. ‘스쿠버 다이빙의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뻔하면서도 무난한 엔딩이었죠.

 

등장인물-단체사진

 

전체적으로 만화와 영화의 느낌이 비슷합니다. 취지와 방향성은 저에게 ‘취향저격’이었지만 역시 어딘가 부족하고 무리수인 부분이 많았다는 점. 그래도 피식거리게 되는 재미는 있었고 매력적인 여배우가 네 명이나 나오는 데다 수중 장면의 장관까지 만족스러운 점도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그랑블루’의 실사 영화로 그럭저럭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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