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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영화사이

[만화와 영화 사이] 도쿄 리벤저스 (와쿠이 켄 원작)

by 대서즐라 2022.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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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리벤저스’는 ‘신주쿠 스완’으로 유명한 만화가 와쿠이 켄이 2017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연재하고 있는 타임 슬립 학원 액션 만화입니다. 2022년 1월 기준 단행본이 25권까지 나왔고 누적 발행 부수는 5000만 권을 넘긴 대박 히트작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중에서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만화이기도 합니다.

 

도쿄-리벤저스-만화

 

큰 인기를 끈 성공작은 어지간해서는 다 재미있겠지- 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최근의 히트 만화들이 제 취향에 맞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귀멸의 칼날도 그냥 애니메이션만 재미있게 보고 만화책으로는 그저 그랬어요. 최근 히트 만화들은 만화책 자체의 인기보다는 애니빨(?) 받고 책도 덩달아 많이 팔려서 히트작 반열에 오르게 된 케이스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더군요. 도쿄 리벤져스 또한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끈 후에 만화책의 판매 부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하죠.

 

그런데 귀멸의 칼날과는 달리 도쿄 리벤저스는 만화책 자체도 엄청 재미있었어요. 그림체도 깔끔하고 힘 있으며, 타임 슬립과 학원 폭력이라는 흔한 소재를 결합시켰지만 캐릭터가 매력있고 스토리 구조도 탄탄하며 특히 다음 전개를 너무 궁금하게 만드는 떡밥 투척식 내용 전개가 매우 흥미진진하더군요. 정말 간만에 재미있는 인기 만화를 봤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도쿄 리벤저스는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실사영화로도 제작되어 2021년 여름에 일본에서 개봉했는데, 2021년에 일본에서 개봉한 실사 영화 중에서 연간 흥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히트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2022년 1월에 개봉하게 되어 원작 만화를 재미있게 본 저는 냉큼 극장으로 달려갔죠. 최근에 제가 좋아하는 여배우 이마다 미오를 극장 스크린으로 보기 위한 목적도 있었고요.

 

도쿄-리벤저스-영화-포스터

 

일단 간단하게 평을 하자면 기대보다는 아쉬운 결과물이었습니다. 만화 원작의 일본 실사 영화를 리뷰할 때 늘 하는 얘기이긴 하지만, 원래 이런 종류의 일본 영화들이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만화 원작 일본 실사 영화’라는 카테고리에만 묶어서 평가하자면, 도쿄 리벤저스의 완성도는 평균 이상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균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는 정도이지 그렇게 돋보이는 완성도는 아닙니다. 일본에서 어마어마하게 흥행을 했고 제가 원작 만화를 좋아하는 것 때문에 어느 정도 기대치가 높기도 했습니다. 기대치가 높다 보니 확실히 아쉬운 마음도 더 컸고 영화의 단점들이 보는 내내 눈에 밟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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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실망이라기 보다는 제 예상과 많이 달랐던 점은 영화의 스토리 분량입니다. 원작 만화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별 내용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지면서도 실상은 내용이 엄청나게 방대하다는 것입니다. 플롯이 목표로 하는 지점이 있고 그곳까지 내용을 전혀 질질 끌지 않고 빠르게 도달하는데, 그 직후 바로 새로운 떡밥이 던져지며 플롯이 더욱 확장되는 식으로 전개되는 스토리입니다. 그래서 제가 원작 만화를 읽으면서 만약 영화로 만든다면 스토리 분량을 영화 한 편으로 어느 지점에 끊는 것이 적절할지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막상 영화를 보니까 스토리는 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었고 뭔가 만화를 읽으면서 핵심이라고 느껴졌던 내용들이 전부 빠진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영화가 원작 내용에서 딱 적절한 지점까지 끊은 것이기는 합니다. 원작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영화의 내용에서 뒤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원작 만화에서는 이 뒤의 내용부터 더욱더 흥미진진한 전개가 시작되고, 영화가 흥행 대박이 터졌기 때문에 속편은 무조건 나올 것 같지만 일단 영화의 결말은 속편이 나올 거라는 느낌은 전혀 없이 끝납니다. 저는 속편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죽치고 있었는데 결국 쿠키가 없이 끝나더군요.

 

영화-스틸컷-주인공과-친구들

 

저로서는 영화의 내용 이후부터 원작 스토리가 엄청나게 재미있어 지는 걸 알기 때문에 ‘뒤의 내용을 좀 더!’ 하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크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비슷한 감상은 또 다른 만화 원작 실사 영화 히트작인 ‘킹덤’을 볼 때도 느꼈습니다. 저는 영화판 킹덤을 본 이후로 오매불망 속편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킹덤의 속편은 1편이 나온 2019년으로부터 3년이 지난 2022년에 나오게 되었는데, 이 정도면 비교적 빨리 나왔다고 볼 수도 있지만 킹덤 원작 만화의 방대한 내용과 재미를 생각하면 ‘바람의 검심’처럼 영화로 5편까지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속편이 3년 만에 나오는 것도 더디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도쿄 리벤저스는 제가 킹덤만큼 좋아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속편을 기다리는 마음이 엄청 크지는 않습니다. 기다리긴 할 테지만요.

 

[만화와 영화 사이] 바람의 검심 (와츠키 노부히로 만화 원작 실사 영화 리뷰)

 

[만화와 영화 사이] 바람의 검심 (와츠키 노부히로 만화 원작 실사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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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zl.tistory.com

 

그런데 영화의 결말은 속편이 없는 것처럼 끝나지만 중간 중간에 속편 스토리의 떡밥은 충분히 던지긴 했습니다. 특히 가장 핵심적인 악역 캐릭터인 키사키가 계속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고 있는데 당장은 별다른 역할이 없고 나중에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떡밥을 던지니 확실히 속편용 캐릭터라는 것이 뻔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만약 속편이 안 나오면 키사키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애매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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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폭력 액션 장르로서 영화의 완성도는 그냥 무난한 수준입니다. 액션 장면들을 특별히 잘 찍지도, 못 찍지도 않았어요. 다만 생각보다 잔인해서 이 점은 좀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냥 주먹 싸움인데도 피를 너무 많이 흘리더라고요.

 

이 작품은 주인공 캐릭터가 굉장히 독특합니다. ‘울보 히어로’라고 불리는데, 제가 굳이 또 다른 명칭을 붙여주자면 ‘꼴사나운 비폭력 히어로’ 정도로 불러주고 싶네요. 일본 만화에서는 특별히 대단한 능력도 없으면서 근성 하나로 모든 일을 다 해결하는 캐릭터가 흔하게 등장합니다. 그런데 도쿄 리벤저스의 주인공 타케미치는 능력이 없어도 너무 없고, 그저 의지와 근성으로 해결한다기엔 일이 생각보다 너무 잘 풀립니다. 아, 능력이 아주 없지는 않아요. 맷집은 대단합니다. 물론 이런 점도 맷집이라기보다는 ‘불굴의 의지’ 정도로 표현되지만요. 즉, 신체는 진작 한계에 도달했는데 정신력과 깡으로 버티는 거죠.

 

하나가키-타케미치

 

사실 본인의 전투 능력이 뛰어나지 않는데도 폭력 집단의 우두머리로 오르는 것은 아주 고전적인 영웅 캐릭터의 설정 중 하나이기도 해요. 가장 유명한 동양 고전 소설의 주인공 2명이 딱 이런 유형이잖아요. 삼국지연의의 유비와 수호지의 송강. 아마 타케미치의 캐릭터 구상은 유비나 송강 같은 캐릭터(물론 이 둘은 소설의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실제 역사의 인물이기도 하죠)에서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줘터지기만 하는 주인공 캐릭터를 만화로 보는 것과 실사로 보는 것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더군요. 꼴사나움의 정도가 더 커졌달까. 만화에서 타케미치가 보여주는 주인공 다운 멋진 순간들이 영화에서는 제대로 느낌이 살지 않습니다. 감독의 연출도 그다지 좋지 않았고 배우도 좀 안 어울렸던 것 같아요. 키타무라 타쿠미가 연기했는데 이 배우의 평소 이미지를 생각하면 확실히 타케미치 역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배우입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의외로 비주얼 싱크로는 괜찮아서 놀랐습니다. 특히 타입 슬림을 해서 돌아간 과거의 양아치 모습보다는 현재 시점의 모습이 원작 캐릭터와 아주 싱크로가 높더군요. 그런데 액션 장면에서 줘터지고 피범벅이 된 비주얼은 뭐랄까.. 이 배우 특유의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너무 드러나서 원작과 같은 불굴의 히어로 같은 느낌이 잘 나지 않더군요. 물론 아주 나쁜 건 아니었어요. 조금 아쉬운 정도.

 

타케미치역-키타무라-타쿠미

 

다른 캐릭터의 캐스팅은 대부분 괜찮았습니다. 마이키 역의 요시자와 료도 찰떡이었고 드라켄 역의 야마다 유키는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가 최고였습니다. 물론 둘 다 헤어스타일이 독특하기 때문에 비주얼 싱크로를 맞추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는 않았겠지만 두 배우의 캐릭터 표현 자체도 정말 완벽했습니다.

 

여주인공 히나타 역의 이마다 미오는 제가 특히 기대했는데 충분히 기대를 충족시켜주었습니다. 사실 이마다 미오가 최근 1,2년 사이에 일본에서 가장 핫하게 라이징한 여배우인데 소속사 파워가 약한 편이라 주연급 작품을 거의 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유명한 작품들에서 조연으로만 얼굴을 내밀었었죠. 도쿄 리벤저스도 여주인공이긴 하지만 학원 폭력물이라는 장르 특성상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그래도 히나타라는 매력적인 여주인공 캐릭터를 원작과 싱크로가 높게 잘 표현했고 배우 자신의 매력도 확실히 보여주었기에 충분히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영화가 어마어마하게 히트를 했으니까요.

 

히나타역-이마다-미오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긴 하지만 원작 스토리가 워낙 재미있고 캐릭터가 매력적이라서 영화도 이 정도 완성도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작 스토리 기준으로 영화의 속편에서는 내용이 훨씬 더 재미있어집니다. 킹덤도 그렇지만 하여간 이런 영화는 속편이 빨리 나와야 해요. 1편만 보고나서는 ‘이 작품의 진정한 재미는 이게 다가 아니야!’ 하는 마음이 계속 들거든요. 킹덤과 마찬가지로 도쿄 리벤저스도 어마어마한 흥행을 했으니 속편이 빨리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용이 훨씬 흥미진진해지는 속편에서는 1편의 아쉬운 점도 보완해서 도쿄 리벤저스의 진정한 재미를 부족함 없이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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