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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야기

[만화가 이야기] 모리 코우지 森恒二

by 대서즐라 2021.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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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코우지 森恒二

모리 코우지는 상남자 만화가, 마초 만화가 등의 거친(?) 별명으로 불리는 만화가입니다. 물론 그의 그림체는 마초 만화가라고 부르기에는 상당히 여리여리(?)한 편입니다. 진짜 그림체만 봐도 마초 느낌이 나는 북두의 권이나 죠죠의 기묘한 모험, 돌격 남자훈련소 같은 극화체 남자 만화 스타일과는 전혀 딴판이에요. 특히 주인공 디자인만 보면 마초 만화보다는 순정만화 주인공에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사실 내용이나 설정도 섬세해요. 간단하게 이 작가의 작품 스타일을 요약하자면 마치 순정만화 세계에 존재하던 남자 주인공을 그 세계에서 끄집어내서 거친 남자 만화의 세계로 던져 넣은 다음 그가 그 세계에 적응하고 세계관 최강자(?)로까지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라고나 할까요. 이렇게 적고 보니 엄청 재미있을 거 같잖아! 네, 실제로 그런 내용이라서 모리 코우지의 만화가 엄청나게 재미있는 겁니다.

상남자 만화에 순정만화 타입의 주인공이라고 하니 뭔가 말이 안 되는 거 같지만 엄밀히 따지면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말이 안 되기는 고사하고 실상은 꽤나 찰떡같이 맞아 떨어지는 궁합이죠. 순정만화의 남자 주인공이라면 물론 얼굴은 꽃미남이지만 피지컬은 남성 최상위권이거든요. 대부분 키도 큰 편이고 덩치가 우람한 스타일은 아니더라도 뼈대가 탄탄하고 이른바 마른 근육질 스타일로 굉장히 강한 피지컬입니다. 운동이나 싸움도 잘해요. 대표적인 친구 한 명 데려와 보겠습니다. ‘꽃보다 남자’의 도묘지 츠카사. 이 놈은 등장인물 중 싸움 실력이 최상위권이고 피지컬 굇수입니다. 당장 모리 코우지 만화에 데려다 놔도 주인공급 맹활약을 펼칠 인물이죠.

홀리랜드


모리 코우지가 상남자 만화가로 불리는 이유는 역시 그림체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그가 그리는 소재와 내용 때문인데요. 간단하게 그의 대표작 세 작품의 기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홀리랜드’는 왕따 당하던 남학생이 권투와 여러 실전 무술을 배우게 되어 거리 싸움의 최강자로 거듭나는 내용입니다. ‘자살도(아일랜드)’는 상습 자살 시도자들이 정부의 조치로 인해 무인도로 격리되어 그곳에서 수렵 채집 등 야생의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내용입니다. ‘창세의 타이가’는 대학생들이 선사시대로 타임슬립을 해 현대의 지식을 바탕으로 거친 선사시대의 야생에서 살아남는 내용입니다. 

내용만 봐도 뭐... 정말 상남자, 마초 느낌이 나죠. 또한 모리 코우지 만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고증이 철저하다는 점입니다. 일대 다수로 거리의 불량배들을 때려눕히거나 급조한 원시 무기로 맹수를 물리친다거나 하는 내용들이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만화나 창작물들에 비하면 제법 사실적인 고증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고증이기에 충분히 신빙성이 느껴집니다. 모리 코우지는 실제로 복싱과 가라데 유단자이고 거리 싸움을 하며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외모도 근육질의 전형적인 상남자 외모를 하고 있고 다양한 야외 스포츠도 취미로 즐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고증을 작품 내에 신중하게 담아내고 있는데 홀리랜드 에서는 각종 격투 기술의 타격 매커니즘에 대한 해설도 집어넣고 있고 자살도나 창세의 타이가 에서는 마치 야생 서바이벌 가이드 서적처럼 원시적인 환경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지식들을 해설을 더해 작품 곳곳에 삽입해 놓았습니다.

창세의 타이가


소재와 고증. 이 두 가지만 보더라도 모리 코우지의 작품이 매우 유니크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흥미로운 작품들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 면에 있어서도 결코 빠지지 않습니다. 좀 뻔하기는 하지만 모리 코우지가 그의 작품들에서 일관되게 보여주는 주제는 ‘방황하는 젊은이의 성장’입니다. 마초 만화라고 부르기에는 이런 내용들이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애초에 주인공 설정 부터가 홀리랜드의 유우는 왕따를 당해 등교거부를 하던 학생이고 자살도의 주인공 세이도 무기력한 생활을 하다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한 자살 미수자입니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무너져 있던 인간들이 새로운 경험과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된다는 스토리가 굉장히 설득력 있고 섬세한 전개로 그려집니다. 캐릭터도 굉장히 매력있어요. 주인공들 부터가 원래는 이런 멘탈 털린(?) 캐릭터들은 고구마 스타일로 좀 비호감인 인물이 되기 쉬운데 모리 코우지는 그런 캐릭터들의 어두운 내면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표현하면서도 긍정적인 변화들은 적극적으로 조명하는 방식으로 비호감 지수(?)를 낮추고 독자들이 충분히 몰입하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로 완성해 냅니다. 또한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연 캐릭터에도 상당히 공을 들이는데 홀리랜드의 마사키나 자살도의 료 같은 매력있는 조력자 캐릭터들을 잘 활용해서 작품의 몰입도를 한창 끌어올리죠. 그 밖에 적대 세력이나 악역과의 대립도 극적 긴장감이 넘치게 잘 그려내고 그리 큰 비중은 아니지만 여주인공과의 로맨스도 적절하게 작품의 스토리에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자살도


이 모든 점들을 종합해서 보면 역시 모리 코우지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의 성장(주로 내면적 의미의)이라는 흔한 주제를 다루기는 하지만 그 깊이와 진정성이 남다르다 보니 더욱 그의 작품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의 작품 중에서 홀리랜드가 실사 드라마화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 정말 좋아하는 ‘자살도’도 꼭 실사화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트위터 @dsz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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