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가 이야기

[만화가 이야기] 쿠보 미츠로 久保ミツロウ

by 대서즐라 2021. 6. 13.
728x90
반응형


쿠보 미츠로 久保ミツロウ

만화가 쿠보 미츠로에 관해 가장 의외인 사실은 그가 여성 만화가라는 사실일 겁니다. ‘SOS 해상구조대’나 ‘3.3.7 박수!!’ 같은 남성적인 소재의 작품들과 ‘모테키’라는 극한의 남성향 연애만화를 그린 작가가 성별이 여성이라니! 물론 남자 만화가의 작품은 이래야 한다, 여자 만화가의 작품은 이래야 한다 는 식의 절대적인 기준 같은 건 없고 있어서도 안 되지만, 쿠보 미츠로의 작품들은 정말로 ‘남자 만화’라는 느낌을 주거든요. 물론 ‘남자 만화’라는 건 없어요. 하지만 ‘남성향 만화’라는 분류는 존재하죠. 그의 대표작이고 최고 히트작인 ‘모테키’의 경우는 순도 100%의 남성향 연애만화거든요. 주인공은 찌질한 루저이고 주변에는 매력적인 여성들 다수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하렘 판타지물. 아뇨, 전형적이지는 않아요. 모테키는 다른 하렘물과 비교해서 판타지스러운 느낌이 없거든요. 굉장히 사실적인 묘사와 전개를 보여주기에 하렘물인데도 불구하고 판타지 같지가 않고,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더욱 극한의 남성향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그런 만화인 거죠. 혹시 이것이 여성 만화가가 만든 남성향 만화의 특징인 걸까요? 어찌되었든 뭔가 이레귤러인 상황에서 나온 이레귤러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모테키


쿠보 미츠로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라면 역시 작화가 뛰어나다는 점일 겁니다. 인물들을 정말 매력있게 잘 그리죠. 특히 여성 캐릭터들! 물론 남자 캐릭터들도 선이 선명하고 보기 좋은 디자인으로 잘 그립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 캐릭터들(특히 주인공)은 딱히 미남으로 설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작가가 그림을 잘 그리니 캐릭터들이 괜찮게 보이는 거지 기본적으로 미남이라는 생각으로 그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작가의 진정한 작화력이 발휘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자 캐릭터들은! 모두 매력적인 여성들이고 각각의 개성도 살아 있는 멋진 미녀들이라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의 묘사에서 쿠보 미츠로의 엄청난 작화력이 최대의 빛을 발하죠. 물론 당연히 하렘물인 모테키에서 절정을 보여주고 경력이 길어질수록 작화력이 점점 더 좋아지기에 가장 최근작인 ‘어게인!!’의 여성 캐릭터들도 끝내주게 매력적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이런 훌륭한 작화력을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자 캐릭터를 잘 그리는 걸로 유명한 대표적인 남성향 만화 작가인 카츠라 마사카즈나 야부키 켄타로와 비교해서도 전혀 다른 스타일로 여자 캐릭터를 잘 그리기에 쿠보 미츠로의 작품에 대한 특별한 수요가 존재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어게인!!


자꾸 ‘남성향’이라는 단정적 표현을 쓰고 있는데, 쿠보 미츠로의 작품을 좋아하는 여성 독자들도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앞 문단에서 비교 예로 든 카츠라 마사카즈와 야부키 켄타로, 거기에 쿠보 미츠로까지 모두 여성 캐릭터를 각자의 스타일로 매력 있게 잘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쿠보 미츠로의 작화는 여성 독자들도 거부감 없이 순수하게 매력 있다고 받아들일 만한 섬세한 특성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카츠라 마사카즈나 야부키 켄타로의 여성 묘사는 꽤나 선정적이죠. 완전히 남성의 시선으로 여체를 탐닉하는 느낌으로 그려내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자 대부분 남성향 만화 작가들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쿠보 미츠로는? 물론 쿠보 미츠로의 만화도 야합니다. 오히려 멜론 같은 거대한 가슴에 개미 허리 같은 비현실적인 묘사가 아닌 극도로 사실적인 묘사를 하기 때문에 그림이 아니라 실사 이미지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더욱 야하고 섹시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화가 야하고 선정적인지가 여성 독자들의 호불호가 갈리게 만드는 요인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남자는 야한 걸 좋아하고 여자는 야한 걸 싫어한다는 이분법 자체가 잘못된 거죠. 사람인 이상 남자든 여자든 야한 건 다 좋아합니다. 다만 그런 소재와 요소들에 접근하고 표현하는 방식에서 남성의 선호와 여성의 선호가 나뉘게 되는 거죠. 이게 정확히 말로 이렇다 저렇다 규정내리기 어려운 부분인데, 쿠보 미츠로 식의 ‘섹시한 여성’의 묘사는 여성 독자들도 선호할만한 은은한 섹시함 이란 게 있어요. 물론 당연히 남성 독자들도 좋아하고요.

모테키


자꾸 야하다느니, 남성향이니 하는 얘기들만 하고 있는데, 엄밀히 이런 논의들이 제대로 이루어질 만한 그의 작품은 모테키 뿐입니다. 모테키가 쿠보 미츠로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고 히트작인 건 분명한 팩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테키는 그의 작품 중에서 연재 기간이 가장 짧습니다. 고작 단행본 4권 분량 밖에 안 되요. 3.3.7박수!!는 단행본 10권, sos 해상구조대는 무려 20권이고 어게인!!도 12권 분량입니다. 이런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봐도 모테키는 극도로 연재기간이 짧은, 거의 소품 격인 작품인데도 쿠보 미츠로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합니다.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미디어믹스 실사화.. 즉 드라마와 영화가 히트를 쳤기 때문입니다. 시청률이 낮은 심야드라마로 방영 되었는데도 굉장한 인기를 끌었고 영화판까지 나왔는데 이게 대박이 터집니다. 남주인공 유키오 역을 맡은 모리야마 미라이는 최고의 캐스팅이었고 여러 여배우들 중 특히 미츠시마 히카리가 엄청 반응이 좋았죠. 영화판은 무려 일본 최고의 여배우 중 하나인 나가사와 마사미가 가장 매력적으로 나온 영화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물론 원작 자체가 훌륭한 작품인 것도 엄연한 사실이고요. 저도 그렇고 쿠보 미츠로를 좋아하는 독자 중 대다수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으로 모테키를 꼽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테키


하지만 말했듯이 모테키 외에 그의 다른 작품들이 실상은 연재 기간도 훨씬 길었고 작가가 훨씬 공을 들여 그린 작품들입니다. 모테키 정도는 아니지만 이 만화들도 모두 재미있고 완성도 높습니다. SOS 해상구조대나 3.3.7 박수!! 같은 작품은 전형적인 소년만화 스러운 유머와 열혈 요소를 가지고 있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죠. 재미있는 건 ‘응원단’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쿠보 미츠로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아마 작가 본인이 학창 시절에 응원단 활동을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응원단에 대한 애착이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드러나고 있는데요. 그래서 아예 ‘어게인!!’ 이라는, 응원단을 메인 소재로 선택한 작품까지 만들어 버렸죠.

3.3.7 박수!!


그런데 어게인!!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 호불호가 갈리고 평가도 낮은 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 제가 이 작품의 메인 소재가 응원단이라고 했는데 실상 그런 메인 주제나 소재에 있어서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어게인!!은 타임슬림물입니다. 그야말로 아무 존재감 없이 공기 같은 학창 시절을 보내고 졸업한 주인공이 다시 1학년 신입생 시절로 타임슬립을 해서 이전과는 다른 열혈 고교 생활을 보내게 된다는 내용이고, 그 중심에 응원단 활동이 있는 건데요.. 이게 응원단 스토리에 집중했던 중반부까지는 상당히 괜찮았는데 응원단의 큰 이벤트 하나가 끝난 이후로는 내용이 엄청 갈팡질팡 합니다. 연애 스토리도 뒤죽박죽이고 전반적으로 스토리가 너무 난잡해집니다. 다만 모테키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실사로 드라마화 되었는데 드라마는 모테키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괜찮습니다. 캐스팅도 좋고 난잡한 스토리를 많이 쳐내서 꽤 볼만하게 완성되었습니다.

어게인!!


아무튼 대표작 모테키를 비롯해서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긴 만화가인데 안타깝게도 어게인!! 이후로 신작 소식이 없습니다. 저는 모테키를 너무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 후속작이나 아니면 비슷한 스타일의 남성향 연애물을 또 만들어주길 기대하고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2014년에 어게인!!을 완결한 이후로 지금까지 신작 소식이 없는 거로 봐서는 더 이상 만화가로서 새로운 작품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40대의 젊은 나이이니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계속 기다려 보고 싶네요..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트위터 @dszlife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