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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필름을 타고! - 사랑스러운 청춘 영화는 일본 영화의 장기

by 대서즐라 202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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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의 제목에 사랑스러운 청춘 영화가 일본 영화의 장기라고 썼지만, 사실 이렇게 제대로 만든 일본 하이틴 청춘 영화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비슷한 감상은 ‘스윙걸즈’와 ‘린다 린다 린다’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제법 까마득한 추억의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썸머 필름을 타고!’를 보면서 꽤 많이 놀랐습니다. 제목이나 포스터, 시놉시스를 보면 ‘스윙걸즈’나 ‘린다 린다 린다’ 같은 영화구나 하고 알 수밖에 없는데 어째서인지 저는 영 다른 느낌의 영화를 예상했거든요. 역시 영화의 소재 때문이겠죠. 음악이 소재인 스윙걸즈, 린다 린다 린다와는 달리 ‘썸머 필름을 타고!’의 소재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찍는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예요.

 

썸머-필름을-타고

 

그래서 영화를 찍는 사람들이 나오는, 스윙걸즈와 린다 린다 린다보다 더 최근 시점에 본 일본 영화라면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딱 떠오르잖아요. 그리고 장르나 소재와 무관하게 제가 가장 최근에 본 일본 영화는 19금 스릴러 영화인 ‘실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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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들의 인상과 느낌을 가진 채 ‘썸머 필름을 타고!’를 보게 되니 뭔가 이 영화도 정공법의 청춘 영화가 아니라 뭔가 독특하거나 은근히 진지한 아트하우스 풍 일본 영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영화의 초반부까지도 이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숏컷 헤어에 선머슴 같은 성격의 여학생인데다, 이름도 ‘맨발’이었거든요. 아니, 별명인가. 아무튼 이름인지 별명인지 모르겠지만 작중 내내 ‘맨발’이라고만 불립니다.(주인공의 단짝 친구 두 사람도 ‘킥보드’와 ‘블루 하와이’라고 불리니 전부 별명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일본 청춘 영화의 핵심 중 하나는 스윙걸즈의 우에노 주리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입니다. 일단 제 기준에서는 그렇습니다. ‘썸머 필름을 타고!’의 주인공 맨발은 일단 첫인상은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역시 영화에 대해 처음부터 잘못된 예상을 하고 있었던 데다 숏컷 헤어 여학생이라는, 적어도 일본 청춘 영화에서는 익숙지 않은 그림에 조금 당황했던 탓이겠죠. 그런데 뻔한 흐름이기는 하지만 영화를 볼수록 주인공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더군요.

 

일본 연예계는 한국 연예계에 비해서 여자 연예인들이 짧은 머리를 하는 경우가 흔하게 있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 맨발 역을 연기한 이토 마리카는 제가 본 일본과 한국의 여자 연예인 중에서 숏컷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사실 영화가 아니라 그냥 구글링을 해서 찾아본 사진에서는 엄청 잘 어울리는 느낌까지는 아닌데, 이 영화에서만큼은 정말 최고로 매력적으로 느껴지더군요.

 

이토-마리카-맨발-주인공

 

영화가 진행될수록 주인공의 매력에 점점 빠지게 된 것은 단순히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선입견(이라기보다는 오해)이 벗겨지고 콩깍지가 씌면서 생긴 현상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인공 맨발은 영화의 초반부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매력적인 캐릭터로 탈바꿈합니다.

 

왜냐하면 초반에 맨발은 각본이 완성된 상황에서도 주인공 역할을 할 배우를 찾지 못해서 영화 찍기를 계속 망설이는 상황이라 뭔가 계속 소극적이고 어두운 인상을 보여주거든요. 그런데 결국 린타로라는 배우를 찾게 되고 안 하겠다는 린타로를 끝까지 설득해서 결국 영화 촬영에 돌입하자 점점 활기차고 적극적인 캐릭터로 변모합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마치 꽃봉오리가 활짝 만개하는 것처럼 영화의 중반부부터 여주인공 맨발의 매력이 화면 가득 만개합니다. 활짝 웃거나 표정을 크게 지을수록 숏컷이 감싸고 있는 그 둥근 얼굴에서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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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은 그냥 정공법 청춘 영화예요.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정공법입니다. 때문에 중의적인 의미에서 매우 ‘바른’ 영화이기도 합니다. 무슨 의미냐 하면, 이 영화는 악역이 없습니다.

 

맨발이 활동하는 영화부에는 맨발의 라이벌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정반대 타입의 여자 감독 ‘카린’이 있는데 초반에는 뭔가 맨발의 상황이 영화부 내에서 파벌 싸움에 밀린 건가 아니면 그냥 왕따인가 싶은 분위기와 내용들이 그려지는데요. 사실 카린과 맨발은 정반대의 취향과 영화 철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인정하는 선의의 경쟁자였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관계성을 영화의 중간까지 계속 방해꾼 내지는 적인 것처럼 미묘하게 그려내다가 후반부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 인정하고 돕는 선의의 경쟁자 관계로 그려낸 것이 이 영화의 기분 좋은 반전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맨발의 단짝 친구 중 하나인 검도부 소녀 ‘블루 하와이’가 알고 보니 카린이 찍는 사랑 영화들을 좋아하는 취향이었고 검도 소녀에서 청순 미소녀로 탈바꿈해 카린의 영화에 출연하게 되는 전개는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말했듯이 이런 전개들은 청춘 영화에서 완전히 ‘정공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정공법’이라는 표현은 뭔가 기본인 것, 가장 기초적인 정석 같은 의미로 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기초나 기본이 아니라 궁극의 것,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무언가라는 의미로 쓴 표현입니다.

 

맨발과-동료들

 

이 포스팅의 앞부분에 ‘썸머 필름을 타고!를 보면서 꽤 많이 놀랐습니다’라는 감상을 말한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 정말 일본 청춘 영화의 궁극의 완성형에 가까운, 흠잡을 데가 거의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청춘의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 톡톡 튀는 전개와 기분 좋은 반전. 거기에 연애와 개그 요소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 풍의 SF 요소까지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습니다.

 

고등학교+여름방학+영화촬영. 이런 요소들을 합쳐서 청춘 영화를 만들면 재미없을 수가 없다 라고 간단히 말할 수도 있지만, 이 정도로 완벽한 정공법의 영화를 완성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청춘 영화로서 기본적인 것들을 탄탄하게 갖추면서도, 그 ‘기본’과 ‘뻔함’의 영역을 탈피하고 높이 도약해버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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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맨발부터가 이미 뻔한 하이틴 장르의 여주인공과는 달리 외모와 성격, 취향에서 확실한 개성을 갖추고 완성도 높게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여러 조연 캐릭터들과의 관계성이나, 허를 찌르는 정도는 아니지만 내용 전개 곳곳에서 의외의 선택들이 꾸준히 이루어지는 등 각본의 완성도도 매우 높습니다. 연출에서도 귀엽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느껴지는 장면이 여러 개 있었고요. 마츠모토 소우시라는 감독이 만들었는데, 1988년 생으로 엄청 젊은 감독입니다.(‘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의 감독 우에다 신이치로보다 4살 어립니다.) 감독 마츠모토 소우시와 주연 배우 이토 마리카. 영화를 보고 이 두 사람의 이름을 확실하게 기억에 담게 되었습니다.

 

이토 마리카 외에 카린 역의 배우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는데, 생각보다 이 배우의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기가 힘들더군요. 이름이 ‘코다 마히루’인데, ‘고다 마히루’로 검색해보기도 하면서 겨우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뭔가 배우 활동 외에도 인플루언서, 재즈 피아니스트 등 넓은 스펙트럼의 활동을 하고 있더군요. 이 영화에서 본인이 연기한 캐릭터 카린처럼 예술적인 재능이 있는 인재인 거 같아서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활동이나 정보들을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맨발의-라이벌-카린-코다-마히루

 

‘썸머 필름을 타고!’는 여름날의 시원한 선물 같은 영화입니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보면 기분 좋아지는 그런 영화죠. 의외로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거예요. 코로나 시국을 거치고 티켓값이 너무 많이 올라버린 여파로 인해 이제 관객들은 극장에서 다양한 영화보다는 매우 편중된 부류의 영화들로만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도 우리는 ‘썸머 필름을 타고!’ 같은 영화도 ‘탑건: 매버릭’이나 ‘한산: 용의 출현’ 같은 영화들 못지않게 비싼 티켓값을 지불한 만큼의 충분한 재미와 만족을 우리에게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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