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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러브 앤 썬더 – 못 만들지 않았다. 이제 마블 자체가 재미가 없는 거다.

by 대서즐라 2022.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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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러브 앤 썬더’가 공개 후 어마어마한 혹평을 받아서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는데, 일단 제 감상은 그냥 보통의 마블 영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마블 영화, 특히 MCU에만 국한하면 심하게 완성도가 떨어지고 재미가 없는 작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엄청 재미있거나, 그냥저냥 볼만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토르: 러브 앤 썬더’도 그냥저냥 볼만한 수준이에요. 기존 MCU 영화들이나 토르 영화에만 국한해도 이 작품이 유독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이 글에는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개봉 후 어느 정도 평가가 쌓인 로튼토마토 현재 상황을 보면 전문가는 68%로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고 관객 평가도 82%로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MCU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중하위권 수준인 건 맞지만 최악이라거나 망작으로 평가를 받는 건 아니에요. 어떤 평론가는 비교 대상으로 ‘배트맨과 로빈’까지 언급하던데 절대 그 정도는 아닙니다.(그런데 사실 저는 배트맨과 로빈도 그리 나쁘지 않게 본 사람입니다...)

 

그런데 확실히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던 건 사실입니다. 이 영화를 너무 개그풍으로 만들어서 불만이라는 반응이 꽤 있던데,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합니다. 별로 웃긴 장면이 없었어요. 이게 작정하고 웃겨보려다 실패해서 썰렁해진 그런 경우도 아닙니다. ‘피식’이라도 나올까 말까 한 가벼운 농담들이 대부분이고 웃음 자체보다는 풍자적인 의도를 노린 연출도 많았습니다. 토르가 이런 캐릭터인 것은 원래부터 그랬던 거고요. 사실 토르를 가장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작품은 MCU 사상 최고의 성공작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입니다. 물론 이때 토르의 캐릭터-뚱르, 돼르-에 대해 팬들에게 불만이 나온 것도 사실이지만 토르가 어벤져스에서 얼간이 머슬 노릇하는 건 이미 굳어진 이미지입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 주인공을 과하게 희화화하는 무리수 연출이나 장면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제인의 ‘마이티 토르’는 이 영화에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MCU에서 그다지 비중 있는 캐릭터는 아닌데 제인의 퇴장을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처럼 정말 멋진 서사로 그려냈더군요. 1세대 어벤져스 주역 배우들이 퇴장하면서 그들과 함께 해온 여주인공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상황인데 제인은 팀업 무비에도 거의 등장한 적이 없고 중간에 공백도 있었던 캐릭터인데 완전히 MCU의 핵심 주역으로 활약해온 캐릭터처럼 아주 멋지게 퇴장을 시켜주더군요. 나탈리 포트만이라는 배우의 위상을 생각하면 이 정도 해주는 게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빌런 ‘고르’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습니다. 신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위협적인 적이긴 한데 이 캐릭터의 서사 자체가 엄청 사악한 악당 서사는 아니기 때문에 묘하게 긴장감은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 영화 자체가 토르와 고르의 대립보다는 제인의 서사에 좀 더 초점을 맞추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만들어서 고르가 엄청난 다크 포스를 뿜어내는데도 분위기는 조금 겉도는 느낌이었죠. 물론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는 최고였고요.

 

액션 씬들은 확실히 아쉬운 편입니다. 고르 자체가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능력의 스케일은 소소한 편이었고 배경을 비롯해서 전체적으로 규모가 작은 액션들이 대부분이었죠. 중간에 신들의 회의 장면도 시각적으로는 굉장히 밋밋했어요. 러셀 크로가 연기한 제우스는 작정하고 풍자와 희화화를 위한 캐릭터였고요. 쿠키영상에서는 앞으로 토르 시리즈의 중요 등장인물인 될 헤라클레스가 등장할 떡밥 용도였고...

 

이렇게 하나하나 감상을 적어보니 확실히 크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재미있는 요소를 찾기가 힘든 작품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결정적으로, 포스팅의 제목으로 썼듯이 이제 이런 비슷비슷한 구성으로 만들어진 마블 영화들의 재미가 식상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MCU 작품들은 영화와 드라마 모두 어느 정도 퀄리티가 평준화되었습니다. 캐릭터와 감독에 따라 작품에 개성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일 유니버스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기에 비슷비슷한 전개와 내용 구성을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MCU가 보여주는 스토리 자체의 핵심 재미는 유니버스가 보여주는 큰 흐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CU 영화를 보러 가면 관객들이 악착같이 엔딩 크레딧 마지막까지 남아서 쿠키 영상을 보려고 하는 이유죠. 문제는 엔드게임 이후 페이즈 4의 빌드업이 너무 길고 복잡하고 지루한 데다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1세대 주역급 캐릭터들에 비해 약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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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의 큰 스토리 흐름과 캐릭터의 매력. 이 두 가지로 개별 작품들의 재미를 이끌어야 하는 건데 지금 전체적으로 MCU의 재미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1세대부터 메인이벤터로 활동해온 토르가 분위기를 한번 반전시켜줘야 하는데 평균 이하 수준의 그냥저냥한 작품이 나와버렸고, 이에 그동안 쌓인 불만이 심한 혹평으로 폭발하게 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튼토마토 68% 정도가 이 영화에 대한 딱 적당한 평가입니다. 그보다 심한 혹평들은 이 영화 자체보다는 현재의 MCU 전체에 대한 반응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제는 MCU의 개별 작품들을 즐기는 방식도 관성화되어 버린 것 같아요. ‘토르: 러브 앤 썬더’를 볼 때도 내내 극장에서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 익숙함이 확실히 재미와 감흥을 반감시킵니다.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은 기존 MCU 작품 중에서도 여러 편 있었지만, 지금 ‘토르: 러브 앤 썬더’만이 유독 심한 혹평을 받고 있죠. 과거에는 괜찮았던 게 지금은 아니게 된 겁니다.

 

 

이제 조금 걱정되긴 합니다. 적어도 출판 만화 업계에서 마블 코믹스는 거의 100년이 다 되어 가는 기간 동안 꾸준히 작품들이 나오고 인기를 끌며 지속되고 있지만 MCU는 그렇게 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제 멀티버스 개념까지 도입한 판국에 리부트니 뭐니 하는 것도 별로 의미가 없죠. MCU가 무너지면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상업 영화계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거의 죽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렇게 되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일단 현재 MCU가 진행 중인 빌드업이 완성되는 상황 자체는 인내를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목표는 최소 인피니티 사가의 ‘엔드게임’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의 성공일 텐데, 이게 정말 만만치 않은 목표로 보입니다. 엔드게임이 MCU의 최전성기로 굳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뛰어넘는 전성기가 앞으로 또 올 것인지. 현재로서는 쉽게 예상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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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2022년 하반기에 나올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까지는 계속 지루한 빌드업이 이어질 거 같고요. 2023년에 반드시 분위기 반전을 이루어야 합니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터매니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 ‘더 마블스’. 이 작품들에서 유니버스의 굵직한 메인 스토리가 전개가 될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들 다음에 아직 제목이 공개되지 않은 한 작품이 또 있죠. 확실히 2023년에는 뭔가 큰 게 있을 거예요. 새로운 주역들이 등장하는 팀업 무비도 빨리 보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토르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고 하는데요.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중에서 MCU에서 퇴장하지 않고 계속 남게 된 게 토르라니 조금 신기한 결과입니다. 크리스 햄스워스가 내한을 한 번도 하지 않아서 최근에는 혐한 의혹까지 나오고 있으니 토르 시리즈가 계속된다는 것도 조금 미묘한 기분이네요. 물론 헤라클레스와 토르의 대결은 확실히 기대되지만 그것 외에 이 시리즈에서 더 뽑아낼 재미가 있을지? 토르 시리즈만 놓고 보면 명확한 하락세가 보이고 있어서 토르 시리즈의 지속과 함께 MCU가 서서히 가라앉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지 우려가 됩니다. 물론 MCU가 지금 이것만 걱정할 때가 아니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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