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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1부 – 쌍천만 감독의 자신감은 결국 무모함이 되고

by 대서즐라 2022.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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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녀석은 패스하지 않아. 진 적이 없기 때문이야.”

 

만화 ‘슬램덩크’에 나왔던 대사를 인용하면서 최동훈 감독의 신작 블록버스터 영화 ‘외계+인 1부’에 대한 리뷰 포스팅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최동훈 감독은 흥행에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슬램덩크의 정우성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흥행 불패의 감독 최동훈이 슬램덩크에서 주인공의 팀 북산을 만나 처음 패배를 겪는 정우성처럼 참담한 실패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외계인-1부-포스터

 

제가 ‘외계+인 1부’를 보며 가장 강렬하게 느낀 것은 바로 이 영화의 무모함이었습니다. 사실 ‘무모함’이라는 단어가 마냥 나쁜 뉘앙스만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보통 ‘무모한’이라는 형용사를 생각하면 그 뒤에 붙일 수 있는 가장 흔한 단어가 ‘도전’입니다. 도전의 끝은 실패 아니면 성공이라는 결과로 나뉘는데, 앞에 ‘무모한’이 붙는다면 실패의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도전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도 실패의 가능성이 높은 무모한 도전들은 분명 가치가 있습니다. 100번의 무모한 도전 중에서 99번을 실패해도 한 번의 성공으로 인류의 큰 진보가 이루어진 사례가 많으니까요.

 

한 달 전에 이 블로그에 작성한 7월 개봉 예정 기대작 순위 포스팅에서 저는 ‘외계+인 1부’를 기대 순위 1위로 꼽았습니다. 지금 이 영화가 평가와 흥행에서 완전히 망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 포스팅에 검색 유입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 민망하긴 합니다. 제가 ‘외계+인 1부’를 7월 개봉 영화 기대 순위 1위로 꼽은 것은 역시 도전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동훈이 흥행 불패의 감독이고 제가 배우 김태리를 매우 좋아하는 것도 큰 이유로 작용하긴 했지만요.

 

2022년 7월 개봉 예정 영화 기대작 순위 TOP 10

 

2022년 7월 개봉 예정 영화 기대작 순위 TOP 10

2022년 7월 극장 개봉 예정 영화 기대작 순위 TOP 10 포스팅입니다. 천만 관객 영화도 나오고 극장가 관객 동원이 코로나 이전 시대로 거의 회복된 가운데 드디어 1년 중 최대의 성수기인 7월이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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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대작 블록버스터 영화도 매년 여러 편이 제작되고 있지만 유독 SF 장르만은 한국 영화 산업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본격적인 하드 SF는 할리우드에서도 그다지 대중성 있는 장르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외계인이나 로봇 등이 등장해서 대중적이고 오락적인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소프트 SF는 확실히 글로벌 상업 영화의 핵심 주류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고요.

 

‘외계+인’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마블 영화들과 닮았습니다. 사실 예전이라면 나름 색다른 시도라고 볼 수 있을 텐데 마블 영화들이 그동안 소프트 SF와 판타지를 접목시킨 온갖 아이디어 구상과 설정, 세계관을 다 보여줬기 때문에 이제 외계인, 로봇, 시간 여행, 시대극, 무술과 도술(마법)을 짬뽕시킨 블록버스터 영화는 그냥 마블 영화와 비슷하게 보일 뿐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외계+인’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우빈

 

마블 영화들과 닮았다는 건 어쩌면 좋은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몇 년 전이라면 더 그랬겠죠. 페이즈 2~3 시기에 마블 영화들이 최전성기의 인기와 완성도를 자랑하던 시절이라면요.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페이즈 4에서는 점점 대중들이 마블 작품들에 실망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고 조금씩 마블의 재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외계+인'의 내용이나 설정을 보면 그냥 이 영화의 주인공 무륵과 이안을 어벤져스의 멤버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시켜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사실 캐릭터의 매력만 놓고 보면 페이즈 4 이후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마블의 신 캐릭터들 대부분보다 무륵과 이안이 더 괜찮게 느껴집니다. 주인공 캐릭터가 괜찮게 뽑힌 것이 이 영화의 핵심 장점 중 하나이지만, 역시 다른 요소에서 단점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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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즈 4 이후 실망스러운 마블 작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외계+인’이 만약 마블 영화였다면 그중에서도 최악 소리를 들었을 거예요. 과거 시대의 이야기도 나오고 외계인도 등장한다는 점에서 특히 ‘이터널스’와 닮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터널스도 평가가 안 좋지만 외계+인은 이보다 더 재미없습니다. 그나마 PC질 하느라 캐릭터들의 매력을 다 죽여버리지 않은 점만은 이터널스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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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얼마나 대단한 영웅들인가 기대했더니 이건 뭐 위엄도 없고 포스도 없고... 동네 찐따같은 애들 모아 놓고는 인류를 구하네 마네... 마블이라고 너무 방심한 거 아닌가? PC와 마블은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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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홍진호’입니다. 홍진호는 숫자 ‘2’를 상징하는 인물이죠. 이 영화는 2와 관련된 2가지 핵심 문제점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영화를 2부작으로 만든 것. 두 번째는 과거와 미래의 2가지 시간대를 교차 플롯으로 전개한 것.

 

물론 거대한 블록버스트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이러한 방식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 중 한 가지 방식만 선택해도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영화의 규모가 커지고 그만큼 통제하기 어렵게 되는데, 이 영화는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선택했습니다. 이건 정말 ‘무모함’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흥행 불패의 쌍천만 감독 최동훈이었기에 이런 무모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거겠죠.

 

류준열

 

그 무모함의 대가는 흥행 불패 감독의 첫 실패입니다. 물론 아직 결과는 확정되지 않았어요. 1부의 흥행은 이미 회생 불능 수준이지만 결국 최종 성적표는 2부가 개봉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부가 이렇게 망한 상황에서는 2부가 아무리 재미있어 봐야 반전의 상황은 만들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쯤 되면 내년 여름 성수기 텐트폴 영화로 개봉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대형 배급사들은 1년 중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즌에 초대박 흥행을 노리는 텐트폴 영화를 배치하는데 1부가 망해서 흥행 전망이 불투명해진 ‘외계+인 2부’를 최대 성수기의 텐트폴 영화로 밀기에는 부담이 크겠죠.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2부가 1부와는 달리 끝내주게 재미있는 경우인데, 1부를 안 본 관객들이 굳이 1부를 챙겨 보고 난 후에 2부를 보러 극장을 찾게 만들 정도로 입소문이 나려면... 그야말로 한국 극장 개봉작 역사상 상위 1% 정도의 압도적인 반응이 나와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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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평론가들은 2부가 궁금하지 않다,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고 단언했지만 저는 2부가 꽤 재미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쪽입니다. 사실 예상보다는 바람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어쨌든 1부의 전체적인 전개를 봤을 때 2부에서 뭔가 확실히 터트리려는 빌드업을 꽤 충실히 다져놓았다는 느낌은 들었어요. 물론 그 빌드업 때문에 1부가 더럽게 재미없게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요.

 

사실 2부도 별거 없을 거 같다는 예감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아닙니다. 플롯을 교차시키면서 복잡하게 풀어내긴 했지만 사실 1부까지만 봤을 때 내용 자체는 그다지 복잡하지도, 심오하지도 않고 세계관이나 설정들이 참신하거나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플롯을 꼬고 꼬아서 관객의 뒤통수를 때리며 서사를 빌드업하고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 최동훈 감독의 장기이긴 하지만, 이미 너무 무모한 방식을 선택한 이 영화에서는 좀 더 단순하고 명확하게 내용을 풀어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두 플롯이 연결되는 지점이 최후반에 가서야 나오고 김태리도 너무 늦게 등장합니다.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않은 채 너무 많은 이야기와 사건을 전개하기 때문에 관객으로서는 몰입도 재미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김태리

 

이번에 참 오랜만에 극장에서 같은 날 영화 두 편을 연속해서 봤는데요. 이 영화를 보기 바로 전에 본 영화가 일본 청춘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인데 타임슬립이 소재인 이 영화에서 미래에서 온 주인공이 ‘미래에는 영화가 점점 짧아져서 한 편에 몇 초 정도밖에 안된다’라는 말을 합니다. 너무 극단적으로 암울한 미래이긴 하지만 요즘은 유튜브에서 10~20분 정도의 요약 영상을 보고는 영화 한 편을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웹툰이나 웹소설에서는 한 회에 바로바로 결과가 나오는 빠른 전개가 아니면 독자들에게 전혀 인기를 끌지 못한다고 하죠.

 

콘텐츠가 점점 짧아지고 빨라지는 유튜브와 웹소설 시대에 ‘외계+인’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대 탓을 하기에는 영화 자체가 문제점이 너무 많기는 하지만요. 다만 차근차근 바닥을 다지고 거대한 서사를 빌드업해나가는 스토리텔링 방식은 앞으로 점점 대중적인 선호에서 멀어질 거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드니 빌뇌브의 ‘듄’처럼 이런 시대적 흐름에 저항하는 걸작도 나오고는 있지만 그래도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거예요. 특히나 한국에서는.... 안 그래도 한국인을 ‘빨리빨리의 민족’이라고 부르는데 정말 ‘썸머 필름을 타고!’에서 처럼 사람들이 몇 초짜리 영화들만 보게 되는 미래가 올까 봐 두렵기도 합니다.

 

듄 – 우리는 바로 이런 영화를 기다려 왔다

 

듄 – 우리는 바로 이런 영화를 기다려 왔다

모든 것이 완-벽. 정말 오랫동안 이런 영화를 기다려왔습니다. 왜 영화를 보는가? 왜 극장에 가는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제대로 실감하게 해주는 영화. 정말 얼마만 인지 모르겠습니다. 극장에

dszl.tistory.com

 

하지만 우리가 ‘싸워보지도 않고서’ 그런 미래가 오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죠. ‘외계+인 2부’가 부디 1부의 평가와 흥행을 반전시킬 만큼의 훌륭한 완성도와 재미를 갖춘 작품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장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1부를 보면서 그런 가능성을 목격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캐릭터는 확실히 잘 뽑혔고 2부의 내용이 잘 예상되지 않는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주성치 서유기의 월광보합-선리기연처럼 1편을 봐도 전혀 예상을 못할 내용 전개를 2편에서 보여주면 좋겠어요. 물론 주성치의 서유기는 너무 엄청난 걸작이라서 이 정도 기대치는 무리수이긴 하지만, 그동안 한국영화계에서 흥행 불패의 신화를 만들어온 최동훈이라는 이름에 가질 만한 기대치는 채워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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