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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영화사이

[만화와 영화 사이] 무지개빛 데이즈 (미즈노 미나미 원작)

by 대서즐라 2022.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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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빛 데이즈’는 미즈노 미나미의 동명 인기 순정만화를 실사화한 2018년 영화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특이한 점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여러 명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영화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젊은 남녀 배우들이 여러 명 출연하여 각자의 다양한 매력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무지개빛-데이즈-영화

 

원작 만화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연재했고 단행본 총 16권으로 완결되었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완결까지는 출간되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끝까지 다 읽은 건 아닙니다.

 

이 만화가 재미없었던 건 아니에요. 엄청 몰입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전개가 산만해서 어느 순간 집중력이 떨어지더군요. 그래도 종합해서 평가하면 저에게는 ‘재미있는 순정만화’ 쪽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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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가 산만하다고 했지만 여러 캐릭터들이 삼각 관계, 사각 관계로 복잡하게 얽히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정해진 커플링이 있고 이 기본 구도를 크게 흔들지는 않아요. 발암 전개도 거의 없고 등장인물들이 다 착하고 개념 찬 애들이라서 거의 힐링물 느낌으로 마냥 훈훈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다만 이야기들이 분산되다 보니 전반적으로 캐릭터 묘사나 이야기 구성의 밀도가 떨어지는 편이고 그래서 확 몰입이 되는 엄청 재미있는 전개는 딱히 없었습니다. 무미건조하고 밋밋한 일상물 느낌이 날 때도 제법 있고 이야기 전개가 너무 더디다는 생각도 듭니다.

 

무지개빛-데이즈-원작-만화

 

때문에 이 내용과 캐릭터들은 차라리 영화로 볼 때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영화는 시리즈가 아닌 딱 한 편짜리 분량으로 만들어졌고 원작처럼 더디게 진행되는 일상물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스토리를 빠르게 진전시키며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도달하거든요.

 

물론 원작보다 짧아진 분량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들로 분산된 이야기는 더욱더 밀도가 떨어질 테고 캐릭터의 매력이 원작에 비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할 위험도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영화에서는 이런 부분의 밸런스 조절을 굉장히 잘한 것 같습니다.

 

결정적인 건 여러 명의 캐릭터들 중에서 비중 있는 캐릭터와 다소 비중이 떨어지는 캐릭터를 확실히 구분 지었다는 것입니다. 원작 만화를 읽으면 그냥 모든 캐릭터가 주인공처럼 느껴지는데 영화에서는 나츠키와 안나 커플이 확실한 메인으로 부각됩니다. 물론 만화에서도 이 커플이 스토리상 가장 중심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 둘 외에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도 상당히 커서 정말 모두가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분량 배분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반면 영화에서는 비중을 줄여야 할 캐릭터는 확실히 줄이면서 전체 상영시간을 아주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있습니다.

 

남자-캐릭터-주인공-4인방

 

나츠키와 안나 외에 모든 캐릭터의 비중을 줄인 건 아니고요. 토모야와 마리의 스토리도 그다음 비중으로 다룹니다. 이 네 명(두 쌍)의 스토리에 거의 대부분의 비중을 투자했고 나머지 캐릭터들인 츠요시, 케이이치, 유키코 등은 명백히 만화에 비해 비중이 많이 줄었어요. 특히 케이이치는 이렇다 할 커플링도 없습니다. 노조미는 등장하지도 않고 대신 치바가 조금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결국 이렇다 할 스토리 진전도 없어서 어정쩡하게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가 돼버렸습니다. 츠요시와 유키코는 내내 별다른 곡절 없이 잘 사귀는 커플이니까 당연히 별 스토리도 없고요.

 

사실 원작 자체가 남자 네 명, 여자 네 명의 명확한 구도가 아닙니다. 만화의 시작부터 절친 관계인 네 명의 남자 그룹이 이 작품의 주인공이고 이들이 다양한 여성들과 엮이면서 하나씩 커플링이 이루어지는 스토리예요. 이 중 나츠키는 시종일관 안나와 엮이게 되지만 케이이치 같은 경우는 연상녀와 SM이라는 특이한 취향의 영향으로 여러 여성들과 계속 복잡한 관계로 엮이게 됩니다. 이런 스토리는 영화에서는 결국 쳐낼 수밖에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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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영화에서 노조미를 제외한 원작의 주요 캐릭터들이 모두 등장하긴 합니다. 그러니까 젊은 남녀 배우가 각각 4명씩 총 8명입니다. 이 배우들은 모두 나이가 96년생부터 99년생까지 비슷한 연령대로 구성되었습니다. 사실 20대 중후반이나 30대에도 고등학생 연기를 하는 경우는 흔히 있기 때문에 배우가 8명이나 되면 한두 명은 다소 나이 차가 있는 배우가 끼기도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딱 비슷한 연령대로만 맞춰서 캐스팅한 것 같네요.

 

배우들의 지명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8명 중에서 한국에서도 아는 사람이 많을 만큼 엄청 잘 나가는 정상급 배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배우 개개인의 지명도를 명확히 판단할 근거가 없거든요.

 

영화-출연-배우들

 

우선 가장 비중 있는 핵심 남녀 캐릭터인 나츠키와 안나 역할의 배우는 둘 다 제가 모르는 배우입니다. 나츠키 역의 배우는 1996년생 사노 레오, 안나 역의 배우는 1999년생 요시카와 아이입니다. 물론 과거 출연작 필모를 보면 제가 본 작품도 있긴 하지만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나 단역으로 출연한 작품들이라 배우의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사노 레오는 배우보다는 ‘GENERATIONS from EXILE TRIBE’라는 아이돌 그룹 멤버로 이름을 알렸고요.

 

사실 무지개빛 데이즈에서 이 배우들을 처음 봤을 때, 인기 순정만화의 실사화 작품 치고는 주인공 배우들의 매력이 조금 떨어지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제가 본 대부분의 순정만화 원작 실사 영화들은 남녀 주인공 역할로 엄청 매력 있고 잘 나가는 대세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었거든요. 사노 레오와 요시카와 아이는 그런 잘 나가는 배우들에 비해서 다소 매력이 떨어져 보였어요.

 

그런데 나츠키와 안나라는 캐릭터가 원래 처음부터 확 눈길을 끄는 화려한 캐릭터가 아니라 보다 보면 그냥 정들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두 배우의 매력도 영화를 보면서 점점 저에게 스며들더군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도달했을 때는 이 두 사람이 정말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커플로 보였습니다.

 

나츠키와-안나-커플

 

사실 나츠키와 안나는 원작 만화에서도 작품의 전체 재미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둘이 성격이 비슷한데 정말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여운 커플입니다. 엄청 화려하고 인기 있는 인싸 타입이 아니라 비교적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타입이지만 착하고 순수한 성격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되는 캐릭터라서 오히려 제가 잘 모르는 배우들이 연기한 것이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는데 더욱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모야 역의 나카가와 타이시와 츠요시 역의 타카스기 마히로는 제가 출연작도 여러 편 봤고 잘 알고 있는 배우입니다. 무지개빛 데이즈의 출연 배우 중에서 이 두 사람이 지명도로는 가장 상위의 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타카스기 마히로가 연기한 츠요시는 확실히 원작보다 비중이 줄어든 조연 포지션이고 나카가와 타이시의 토모야는 그래도 나츠키 다음 가는 비중으로 영화에서 흥미로운 스토리와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토모야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안나의 친구인 마리와 엮이는데요. 이 두 사람의 커플링도 굉장히 좋았어요. 원작에서 마리는 남자혐오증 속성으로 등장해서는 자기에게 들이대는 토모야를 향해 침을 뱉을 정도로 거친 캐릭터인데요. 그래서 토모야는 ‘침녀’라는 별명으로 마리를 부르는데 영화에서는 이게 좀 무리수라고 판단했는지 침 뱉는 캐릭터라는 설정은 사라졌습니다.

 

토모야와-마리-커플

 

원작에서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꽤 지지부진하며 더디게 전개되는데 영화에서는 스토리를 빠르게 전개시켜야 하기에 토모야가 훨씬 적극적으로 들이대고 이에 대해 질색하면서도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는 마리의 반응을 보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마리를 연기한 배우는 98년생 츠네마츠 유리인데요. 이 배우는 포스팅을 작성하는 시점 기준 나무위키에 문서조차 없습니다. 확실히 주연급보다는 조연 위주로 활동하는 다소 지명도가 떨어지는 배우인데 무지개빛 데이즈에서 마리의 캐릭터는 정말 매력 있게 연기를 잘하더군요.

 

결국 영화는 나츠키와 안나, 토모야와 마리라는 두 커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밸런스 있게 내용을 잘 구성해서 장기 연재로 더디게 진행된 원작의 단점을 극복하고 상당히 볼만한 수준으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뭐 대단한 명작인 건 아니지만 만화 원작 일본 영화가 이 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평균 이상입니다. 특히 원작에서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들이 영화에서 적절하게 캐스팅된 배우들로 인해 원작만큼 매력적으로 표현되어서 좋았습니다. 연출이나 스토리가 특출 나지 않다면 배우나 캐릭터의 매력이 작품을 살리는 겁니다. 실사 콘텐츠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우리를 매료시키는 건 사람(배우와 캐릭터)의 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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